대표팀 수비수 김영권(28)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럽 진출도 어렵고 소속팀 광저우 헝다 복귀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다. 대부분 유럽 이적시장은 지난 31일을 끝으로 선수등록 기한이 종료됐다.
김영권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수비의 중핵으로 활약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조별예선 3차전 독일을 맞상대로 토마스 뮐러와 마르코 로이스 등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들로부터 끝내 골문을 지켜내며 선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까지 넣었다.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어내며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그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다.
월드컵 활약에 힘입어 김영권은 유럽 진출을 노렸다. 월드컵 일정이 끝난 후 광저우로 복귀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지금이 선수 생활 중 유럽 진출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의지는 분명했다. 유럽 진출만 할 수 있다면 광저우에서 받고 있는 2500만 위안(약 42억 원)의 높은 연봉까지 대폭 삭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프랑스 리그앙의 렌과 터키의 명문 베식타쉬 등이 그의 차기 행선지로 거론됐다.
하지만 광저우는 김영권에게 투자한 높은 이적료와 연봉을 회수하길 원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를 헐값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무대를 떠나 유럽 진출을 기대했으나 월드컵 활약에도 불구하고 광저우가 제시한 그의 이적료 300만 달러(약 33억원) 앞에 선뜻 나서는 팀들은 없었다.
중국 슈퍼리그는 지난해 아시아 선수 정책을 변경했다. 기존 아시아 쿼터에 따라 팀당 보유할 수 있는 4명의 외국인 선수 중 아시아 국적 선수가 1명 이상 포함돼 있을 경우 1명의 외국인 선수를 추가로 보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국선수 육성 정책에 따라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최대 5명에서 4명으로 축소했다. 별도의 아시아 쿼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최대 3명뿐이다. 장수 쑤닝에서 활약하던 대표팀 출신 수비수 홍정호 역시 이러한 이유로 입지가 좁아지자 국내 K리그로 복귀했다.
광저우는 기존 선수인 굴라트, 알란에 이어 새로 영입한 파울리뉴, 탈리스카를 4명의 외국인 선수로 등록했다. 후반기 광저우 선수 명단에서 김영권의 이름은 없다. 아시아쿼터로 출전할 수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ACL)가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야한다.
김영권과 광저우의 계약 종료기간은 내년 6월 30일이다. 보스만룰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이적을 조건으로 어느 팀이든 이적 협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오랜 시간 실전에 나서지 못한 아시아 선수를 원하는 유럽 클럽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영권이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일본 J리그 역시 이적시장 기한이 마감되며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다. 추춘제로 운영돼 아직 이적시장 기한이 남아있는 서아시아 리그가 이적을 타진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