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1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의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진행됐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고, 의회 지도자와 백악관 고위 관계자 일부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 매케인 의원과 생전 불화를 겪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버지니아주의 골프장에서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대한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렸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가 대신 장례식에 참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장례식에서 “현재 우리의 정치와 공공생활, 대중의 담론이 너무 작고 비열하고 사소한 것처럼 보인다”며 “용감하고 강한 척하는 정치이지만 실제로는 공포에 기반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매케인은 우리를 향해 그보다 더 큰 논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가 매케인을 존중하는 방법은 당이나 야망, 돈, 명예, 권력보다 더 큰 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을 위태롭게 해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은 최선을 다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보여줬다. 우리 모두는 이에 대해 존에게 빚을 졌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 앞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매케인은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친구가 되면서 경쟁 관계는 사라졌다”며 “내 삶의 위대한 선물 중 하나인 존 매케인과의 우정을 그리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매케인의 장례식에서 적이자 친구였던 매케인을 애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과 나의 의견차는 좁힐 수 없었다”면서도 “우리가 같은 팀이라는 것을, 서로의 애국심과 신실함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고인의 딸 메건은 아버지를 추모하는 연설에서 “존 매케인의 미국은 다시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미국이다. 미국은 원래 위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메건은 “우리는 여기 잠든 위대한 미국의 정신을 애도하기 위해 모여있다. 이 정신은 그 분이 그처럼 기꺼이 바친 조국에 대한 희생의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값싼 웅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참된 미국의 정신이며, 그분이 고통받고 조국에 헌신하는 동안 안락과 특권을 누리면서 살아온 기회주의자들의 탐욕은 거기에 비길 것이 못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매케인은 생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대립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란 짧은 글을 대문자로 강조해 올렸다. 메건의 발언에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한편 매케인의 유해는 2일 메릴랜드주(州) 애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 묘지에 안장된다. 자신이 생전 소원했던 대로 해군사관학교의 동기이자 평생의 친구인 척 라슨의 옆자리에 눕는다. 묘비에는 ‘그는 국가에 봉사했다(He served his country)’고 적힌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