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에 대한 서양인의 기록 “중국 최초의 나라 하왕조 이전 요임금 때 존재”

입력 2018-09-02 16:56


“고조선이 한반도와 만주의 강국으로 중국 최초의 나라인 하왕조(夏王朝) 이전 요(堯) 임금 때에 존재했으며, 때때로 중국과 맞섰던 마치 고구려와 같이 강한 나라였다는 정치·군사적 기록이 남겨져 있는 것이었다.”

이 기록은 근대 이전에 작성된 단군조선 관련 사료 중에 사실상 유일한 것이다.

18세기 예수회 선교사로 청(淸) 제국에 포교를 왔던 프랑스 지식인 쟝-밥티스트 레지 신부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고, 중국 황실 서고에 보관되어 있던 중국측 사료들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고조선의 역사를 적어 놓았다.

무려 300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둠속에서 잠들어 있던 이 사료는 ‘유정희’와 ‘정은우’라는 두 역사가를 만나 책으로 나왔다. 책의 제목은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아이네아스 출판사)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레지 신부의 기록이 200년 후인 20세기 초 한국의 독립운동가였던 김교헌, 박은식, 유근 등이 써내려간 한국 고대사의 기록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것이다.”

저자 쟝 밥티스트 레지 Jean-Baptiste Régis(1663~1738)는 프랑스 예수회 선교사로 1698년부터 중국선교에 참여했다. 빼어난 지리·수학·천문학적 지식을 활용해 동아시아의 지리를 파악하고 이를 유럽에 전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청나라 강희제의 명에 따라 기존의 중국지도를 개량하기 위해 만들어진 황여전람도(皇輿全覽圖) 제작에 참여해 다른 예수회 선교사들과 함께 중국 각지를 누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조선에 대한 그의 관심을 글로 남겨 유럽에 보냈는데(주로 당시 조선왕조의 기원과 역사,문화 등), 이는 18세기 유럽 지식인이 어떻게 조선을 바라보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평생을 예수회와 천주교 전파에 헌신했고 베이징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는 그의 전문분야라 할 수 있는 천문관측과 지도제작 이외에도 중국의 역사와 철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역사적 사실일까? 그 대답으로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레지 신부의 글과 20세기 초에 당시 우리 측 독립운동가들에 의해 편찬된 역사서와의 비교, 대조(교차검증)를 시도하고 있다.

해제자들은 “김교헌(金敎獻), 유근(柳瑾) 등에 의해 출간된 『신단민사(神檀民史)』, 『신단실기(神檀實記)』, 『단조사고(檀祖事攷)』등의 역사서에는 놀랍게도 레지 신부의 기술과 골자를 공유하는 내용이 다수 담겨있다”며 “그렇다면 20세기 초 유학을 공부한 한학자 출신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이 살던 시대에서 200년 전에 작성된 레지 신부의 프랑스어를 읽었다기보다는 레지 신부의 기록이 아주 오랫동안 동아시아 역사학 연구에 통용되어오던 상식이자 큰 거부감 없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견해였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