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앞에 못 나타나고, 구석진 곳에서 혼자 울고 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2일(한국시간) 새벽, 한국 유도 대표팀의 금호연 감독은 기자의 연락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지난 1일 일본과의 혼성 단체 8강전에서 석연찮은 패배를 당했다. 한국과 일본은 6명이 겨뤄 3대 3의 결과를 얻었고 각 승패의 배점을 따지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국제유도연맹의 배점에 따라 승리했다고 여겼다. 한판승(10점)과 절반승(1점)을 각각 1차례씩 기록한 한국이, 절반승은 없이 한판승만 1차례 거둔 일본에 앞서는 듯했다.
하지만 선언된 결과는 일본의 승리였다. 지도로 인한 승리에도 한판승처럼 10점을 부여키로 결정된 결과였다. 지도승이 2차례 있던 일본은 총점 30점을, 지도승이 1차례밖에 없던 한국은 21점을 따게 된 것이었다. 반칙으로 인한 승리와 한판승에 똑같은 점수를 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금 감독은 선수들을 매트에 남겨둔 채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급히 경기장을 떠난 일본은 “규정이 고지됐을 것이다. 한국이 착각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 감독은 “대한유도회를 통해 국제유도연맹에 확실히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달의 색깔을 바꾸긴 어렵겠지만, 과연 합리적인 판정인지 짚고 넘어가자는 취지다. 유도 대표팀이 국제유도연맹을 향해 항변하는 것은 이번 대회 들어 2번째고, 모두 일본과의 승부에 관련돼 있다. 앞서서는 지난달 30일 남자 73㎏급의 안창림이 결승전 연장전에 일본의 오노 쇼헤이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과 달리 안창림의 어깨가 바닥에 닿지 않았다는 점이 영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유도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도에서의 금메달 1개는 다른 종목의 2개와 같다”는 각오를 드러냈었다. 한국 선수단이 목표로 하는 종합 2위 수성을 위해서는 종주국 일본과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유도가 특히 잘해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출정식 당시에는 “유도 대표팀은 세대교체가 완료됐고, 폭염을 딛고 죽기 살기로 훈련해 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유난히 일본과의 대결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심판 판정이 자주 나왔다. 대회 결과 일본이 유도에서 얻은 금메달은 9개, 한국은 4개였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