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손흥민의 다음 과제, 루카스 모우라와의 싸움

입력 2018-09-02 14:12
1일(현지시각)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금메달 결정전 경기에서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은 한국의 몫이었다. 1일 밤 8시 30분(이하 한국시각) 펼쳐진 운명의 한일전에서 한국이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아시안게임 2연패와 역대 최다우승(5회) 달성했다. 손흥민이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대회며, 첫 우승을 한 대회다.

아시안게임 우승만큼이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캡틴’ 손흥민의 병역 문제였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손흥민은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그동안 선수생활의 발목을 잡았던 병역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자신의 선수 커리어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쉬어갈 시간은 잠시 뿐이다. 손흥민은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귀국해 7일 예정되어있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다. 벤투 감독이 한국 사령탑으로 국민들에게 신고식을 치루는 무대다. 이후 곧바로 11일 남미의 강호 칠레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르게 된다.

이는 손흥민이 소속팀 토트넘에서 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손흥민은 지난 11일 뉴캐슬과 프리미어리그 개막전만 교체로 뛴 후 곧바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날아와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사이 토트넘에선 루카스 모우라가 손흥민의 공백을 틈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얻은 상황에서 3일 자정 왓포드전에서도 선발이 유력하다.

27일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루카스 모우라가 득점을 하고 포효하고 있다. AP뉴시스

모우라는 지난 1월 파리생제르맹에서 토트넘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직후 6경기에 출전했지만 단 한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절치부심하고 3경기 3골을 몰아치고 있다. 이와 함께 팀도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쾌조의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단 한명의 선수 영입도 없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예측하는 이도 있었으나 모우라의 활약으로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런만큼 모우라는 토트넘에 그동안 없었던 다른 기술과 새로운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 맨유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상승세의 정점을 찍었다. 단순히 골 결정력만 아니라 팀 동료들과의 연계와 호흡 역시 매우 훌륭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그의 영입을 추천한 팀 내 스카우터까지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모우라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토트넘은 최전방인 해리 케인에게 공격루트가 집중되어있는 팀이다. 2선에는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포체티노 감독 전술의 핵으로 자리하고 있다. 케인의 파트너 자리가 단 한자리뿐이라는 뜻이다. 모우라는 지금까지 토트넘 리그 3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뉴캐슬과의 개막전에선 4-2-3-1 포메이션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섰고, 풀럼전은 케인과 함께 투톱을 이뤘다. 맨유전에선 에릭센과 알리와 함께 2선에서 호흡을 맞췄다.

모우라는 맨유전 승리를 이끈 직후 “사람들은 내 스타일이 프리미어리그에 적합하다고 했고 나도 이에 잘 맞춰가고 있다”며 “물론 이제 시작이다”고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손흥민이 시즌 초반 팀 전력에서 이탈하며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분명 좋지 않은 소식이다. 그 사이에 팀은 전승가도를 달리며 모우라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생겨났다.

하지만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을 얻었다. 그런 그의 다음 과제는 동료이자 경쟁자인 모우라와의 또 다른 싸움이 될 전망이다. 손흥민은 병역 혜택이 걸려있는 아시안게임에서 주장으로서의 막대한 부담감도 이겨냈다. 선수 생활에만 집중하며 더욱더 날개를 단 손흥민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