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 득점권 타율 1위는 KIA 타이거즈 안치홍(28)이다. 4할2푼2리나 된다. 득점권 타율이 4할이 넘는 선수는 LG 트윈스 김현수(30) 4할1푼9리와 둘 뿐이다. 그 뒤로는 구자욱(삼성) 0.394, 이정후(넥센) 0.389, 전준우(롯데) 0.388 순이다.
득점권 타율 안치홍의 올 시즌 활약은 역대급이다. 367타수 133안타로 3할6푼2리로 타격 4위에 올라있다. 득점권 타율이 높다보니 타점은 90점으로 7위에 랭크돼 있다. 야구선수로 크지 않은 체격(178㎝, 90㎏)으로 홈런을 19개나 쳤다.
득점권 타율 1위 안치홍의 위력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유감없위 발휘됐다.
안치홍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결승전 1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5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4번타자 박병호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찬스가 무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안치홍이 일본 선발 투수 왼손 도미야마 료가의 초구를 받아쳐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반대로 2회초엔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선두 타자 쯔지노가 투수 땅볼 아웃된 1사 상황에서 7번타자 모리시타의 불규칙 타구를 옆으로 빠뜨리며 실책을 기록했다. 다행히 선발 투수 양현종이 후속 타자들을 잡아내며 안치홍을 구해냈다.
5회초 일본 공격 상황에서 첫 타자 모리시타의 타구를 안치홍이 또 옆으로 빠뜨렸다. 2회초와 똑같은 모리시타였다. 이번에도 구원자는 KIA 타이거즈 팀 동료 양현종이었다. 8번타자 키나미가 친 볼이 공교롭게도 안치홍에게 날라갔고, 가슴으로 막은 뒤 유격수 김하성에게 토스해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8회초 일본 공격에선 안치홍이 팀을 구해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이번에도 모리시타였다. 7번타자 모리시타가 친 타구가 안치홍 옆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몸을 날려 잡아내 재빨리 1루수 박병호에게 송구해 아웃시켰다. 만약 이 공이 빠져나갔다면 일본의 기세를 살려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안치홍은 일본전에서 4타수 1안타 2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그리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치홍에게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다. 당시 타율이 3할3푼9리 18홈런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뽑히지 못했다. 그해 시즌을 마치고 입대해야만 했다. 그리고 4년 뒤 국가대표 5번타자로 우뚝서며 결승타를 때려냈다. 각종 병역 논란이 대표팀을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 아픔을 아는 안치홍이기에 박수를 받을만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