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구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 이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엔트리 24명에 포함된 병역 미필 선수 9명에겐 4주간의 군사 훈련만 받으면 되는 병역 특례까지 주어졌다.
그러나 엄청난 보도량과 축하를 쏟아낸 축구 종목과 달리 야구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남겨진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우선 대표팀 구성 문제다. 우선 한국 대표팀은 엔트리 전원을 프로야구 선수들로 채웠다. 대만은 프로야구 선수 7명, 실업야구 선수 17명으로 24명 선수단을 꾸렸다. 일본은 사회인야구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구성했다. “최정예 선수들로 꾸려 금메달을 따겠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틀린 것이었다.축구 종목은 아시안게임 참가국 모두 23세 이하의 연령 제한을 두고 와일드카드(23세 이상) 3명을 추가하는 동등한 선발 방식을 뒀다. 금메달 지상주의 탓에 스스로 정정당당하지 못한 선발을 강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달 26일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1-2로 패한 데이어 두 차례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속시원한 공격력을 보이지 못했다. 거품이 가득찬 한국 프로야구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병역 미필자 해결 창구로 아시안게임이 악용돼온 관행이 이어졌다. 지난해 경찰청과 상무 입대를 스스로 포기하며 병역 기피 논란이 일고 있던 LG 트윈스 오지환(28)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28)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여론 악화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더구나 이들 두 선수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존재감 없는 경기력은 현행 선발 제도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런 상황까지 몰리도록 방치한 KBO구단들의 책임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다음은 정규리그 중단이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을 위해 지난달 17일 부터 오는 3일까지 KBO리그를 중단했다. 물론 아시안게임 때마다 되풀이된다. 일본은 프로야구 선수들을 투입하지 않았기에 정규시즌을 중단할 이유가 없었다. 일부 프로선수들을 투입한 대만도 리그를 중단시키지 않았다. 다른 나라들은 관심이 없는대회를 위해 한국만이 유일하게 리그를 중단하며 금메달에 올인한 것이다.
이번에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계속 반복될 수 있다. 금메달만 따면 문제될 게 없다는 일부 대표팀 선수들의 금메달 인터뷰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함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비난과 옹호라는 대립의 틀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고민할 때다.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이나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원칙은 공정성과 정정당당함이다.
무엇보다 금메달보다 병역 특례가 더 중시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등에는 아마추어 선수 위주로 출전시키거나 프로 선수라고 하더라도 23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둬 미래 자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대학 리그 활성화를 위해 이들 중심으로 출전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정규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전원 프로야구 선수로 구성하는 방식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팬들은 리그 중단이라는 기형적인 구조에 불만이 적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각 구단의 유불리를 따지기 보다 한국 야구 전체의 틀 속에서 고민해야 한다. 팬들의 비난을 마냥 무시할 때가 아니다. 일 순간 텅빈 경기장에서 외롭게 공을 던지고 치는 프로야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