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당돌하다.
눈앞에 놓인 공을 보면 주저하지 않는다. 선배들이 놓치거나 흘린 공을 미루거나 양보하지 않는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을 확정한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득점 없이 맞선 연장 전반 3분, 이승우는 손흥민이 몰고 오던 공을 왼발로 때려 일본 골문 상단을 열었다.
정규시간 90분을 넘어 연장 초반까지 사실상 ‘텐백’으로 질식수비를 펼치던 일본은 이때부터 공격으로 전환했다. 답답하던 흐름을 깬 해결사, 바로 스무 살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선제골을 넣은 뒤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일본 골문 뒤 간판 위로 올라가 세리머니를 펼쳤다.
너스레도 떨 줄도 안다. 주심과 부딪혀 넘어졌을 때 통증을 호소하며 나뒹굴기도 했다. 지난 29일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3대 1로 승리한 베트남과 4강전에서였다. 이승우는 이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모두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뒤로 떨어지거나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골문 앞 쇄도 과정에서 흐른 공을 주저하지 않고 때린 결과였다.
이승우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었다. 축구선수로는 다소 작은 173㎝의 키가 동료와 선배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그래도 주눅이 드는 법이 없다. 이승우는 시상식에서 가장 높이 게양돼 올라가는 태극기를 보며 애국가를 불렀다.
이승우는 아시안게임에서 4골을 넣어 한국의 금메달을 이룬 주인공 중 하나다. 이제 병역 혜택을 얻어 프로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시상식을 마치고 들어온 기자회견장에서는 다소 겸손한 말로 성장을 약속했다.
이승우는 “우승해 정말 기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 그라운드 밖의 코칭스태프에게 너무 감사했다.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 기쁘다”며 “대표팀의 모든 선수에게 뜻이 깊은 대회였다. 한발자국 더 나갈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 경험을 토대로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러며 “이제 우리 선수들은 또 다른 목표를 잡고 나아갈 것이다. 그럴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분명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해 대한민국을 빛낼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치비농=이경원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