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첫 종합국제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에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선수였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하며 30득점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 경기인 1일 대만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37득점 17리바운드의 괴력을 발휘했다. 리바운드 중에서는 공격리바운드가 9개로 수비리바운드보다 많았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라건아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한 그는 이번 대회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개명된 이름으로 경기에 참가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했다. 이어 “기복이 있는 경기력이었지만, 동메달로 마무리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속팀이 아닌 대표팀에서 뛴 느낌을 묻자 “다른 환경과 선수들 틈에서 어려움이 있긴 했다”면서도 “모비스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앞으로가 기대되고,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장을 나서는 그를 본 한 무리의 소년들이 2층에서 외쳤다. “라틀리프(라건아의 영어 이름), 사인을 받을 수 있나요?” 라건아는 말없이 손가락을 까딱 했다. 한 소년이 농구공과 펜을 던지자 라건아는 사인을 해서 다시 던져줬다.
라건아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온 선수들 중 누가 최고의 선수였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라건아는 잠시 기자를 바라본 뒤 “그게 정말 궁금한가, 당연히 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부심에 찬 표정은 아니었다. 라건아는 “당연히 그건 나겠지만, 우리 팀은 우승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