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용 잠수함 투수하면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한 정대현(40)이 떠오른다. 경희대 재학 시절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미국을 상대로 인상적인 투구를 하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3-2로 앞선 9회 1사 2,3루 위기 상황에서 쿠바 타자를 유격수 병살로 잡고 승리를 지켜낸 상황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30㎞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낮은 곳에서 떠올라 포수의 미트에 정확히 꽂히면서 상대방 타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정대현급 잠수함 투수가 현재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존재한다. 올 시즌 23게임에 출전해 120.1이닝을 소화했다. 10승8패 평균자책점 4.49를 기록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박종훈(27)이다.
박종훈은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전에 선발로 나선 바 있다.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항상 문제가 되는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일 오후6시 일본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진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결승전 선발투수는 에이스 양현종이다. 그러나 매이닝 전력투구를 할 것이기에 9이닝을 모두 소화할 수는 없다. 또 일본이 양현종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낯섬으로 승부할 새로운 투수가 필요하다.
그러기에 박종훈이 적격이다. 박종훈은 국내 투수 중 가장 바닥에서 던지는 잠수함 투수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유형이다. 양현종 카드가 실패해도 박종훈이 스윙맨으로 2~3이닝을 막아준다면 대표팀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