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성폭행당한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농담? 진담?

입력 2018-09-01 11:53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8일 마닐라에서 경찰 창건 117주년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엔 "여성이 예뻐서 성폭행당한다"는 ‘막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평소 성적인 농담과 과격한 발언과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세부섬의 만다웨에서 연설 중 “다바오시에서 성폭행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고 들었다. 아름다운 여성이 많으면 성폭행 사건도 많이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고 필리핀 일간 필리핀 스타 등이 1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다바오시에서 범죄를 척결했다는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현재 다바오시는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여성인권단체 등은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해리 로크 대통령궁 대변인은 “대통령이 농담으로 한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성적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였던 지난 2016년 유세에선 1989년 수감자들에게 집단으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호주 출신 여성 선교사를 언급한 뒤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고, 나는 시장이 먼저 (성폭행 현장에)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지지자들과 함께 폭소를 터뜨렸다. 두테르테는 당시에도 다바오 시장이었다.

지난 1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조직원을 모집할 때 “순교하면 천국에서 처녀 42명으로 보상받는다고 꼬드긴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6월 방한했을 때는 필리핀 교민 행사에서 한 여성에게 책을 선물하는 대가로 입술에 키스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7년 5월 계엄령 선포지역인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소탕에 투입된 장병들을 위문하면서 계엄령 지역에서 군인들에게 여성을 성폭행해도 좋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