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에 가지 않아 뒷말이 무성하다.
문 대통령은 30일 김 부총리를 비롯해 개각에서 교체된 장관 다섯 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저녁을 함께하며 위로하는 자리였다. 김 부총리를 뺀 나머지 장관 네 명은 모두 만찬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초청한 자리에 장관이 가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해외일정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불참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청와대가 김 부총리 측에 만찬 일정을 알린 시점은 30일 오후 2시30분이었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이날 서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만찬에 참석하지 않을 특별한 이유가 없는 셈이다. 김 부총리 측근들은 “개인적인 사정”이라고만 말했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김 부총리의 불참 사실을 ‘쉬쉬’하다 언론 취재가 이어지자 마지못해 불참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김 부총리가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했다는 말이 회자됐다. 김 부총리가 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받았다. 대통령 만찬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정도 서운함이 컸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 부총리는 뭐가 그리 서운했을까.
김 부총리는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청와대와 진보 교육계 사이에 끼어 있었다. 청와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인 정시 모집을 확대하고 싶어 했다. 수능 절대평가는 ‘불가’ 입장이었다. 반면 진보 교육계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정시 확대도 반대였다. 진보 교육계의 ‘어르신’인 김 부총리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평소 소신이었다.
김 부총리는 친정으로부터 쏟아질 비난을 무릅쓰고 청와대 요구를 수용했다. 수능 절대평가 주장은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교육부 안팎에선 김 부총리가 지나칠 정도로 청와대에 저자세란 얘기가 많았다. 진보성향 교육단체의 한 인사는 ‘정시 30%룰’(4년제 대학은 수능위주 선발 비율을 30% 이상 유지)이 확정 발표되자 “어떻게 김상곤이란 사람 입에서 이런 발표가 나올 수 있는가”라며 배신감을 표출했다. 김 부총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나마 정시 확대 30%선에 그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경질 목소리에 묻혔다.
김 부총리의 한 측근은 31일 “(김 부총리는) 불쾌하거나 서운하다고 대통령 초청 자리를 거부할 성격이 못 된다”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민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