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꽉 막힌 남북관계 실마리 풀까…3차 정상회담은 北 비핵화 분수령

입력 2018-09-01 04:50 수정 2018-09-01 04:50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제4차 방북이 무산되면서 북·미 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다. 이에 비핵화 협상은 물론 남북관계도 지난 8월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5일 대북특사단을 평양에 보내 교착화된 국면에 대한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또 이달 예정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 열고 “문 대통령은 오는 5일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측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 문 대통령의 특사를 보내겠다고 제안했고, 북측은 오후에 특사를 받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김 대변인은 “대북특사는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남북 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측이 먼저 대북특사단 파견을 제안했다.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마리를 마련하고,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일정 조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예정됐던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은 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무산됐다.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과 미국이 받길 바라는 핵 신고 리스트 등에 관한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무산됐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를 곧 만나길 고대 중”라고 전했다.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 9일 면담한 모습. 사진=북한 노동신문

남북관계도 차가워진 북·미 관계의 영향으로 지난달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우리 정부가 8월 중 성사될 것이라고 강조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8월 중에 개소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를 해왔지만, 현재 남북 간에 개소 일정 등에 대해서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며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남북 간 철도 연결·현대화 사업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속에서 조사 및 점검만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22~27일로 계획했던 경의선 북측 구간 공동조사가 유엔군사령부의 물자·인원 통행승인 불허로 인해 취소됐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 통과 인원과 물자에 대한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공동조사는 남측 기관차가 남측 객차를 끌고 북측으로 이동 후 다음 북측 기관차가 이끌어 운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엔사는 철도 공동조사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며 통행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사사령관을 직접 만나 남북철도 공동조사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유엔사는 불허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날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제재로 보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의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도 제재에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에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우리 정부가 현 국면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더 적극 나서 ‘비핵화 로드맵’을 미국, 중국과 협의해 만들어 북한과 비핵화에 관련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도 이러한 상태가 계속 지속되는 가운데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교착 상태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게 돼 남측이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향후 협상의 주도권 측면에서 부담스럽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자신들이 압박 차원에서 했던 것들을 적절한 시점에서 풀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