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다.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숙적으로 맺어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축구에서 웬만한 나라보다 많은 상대 전적으로 이어졌다.
프로급 전력으로 볼 수 있는 성인·올림픽(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한일전은 93차례 열렸다. 47승27무19패로 한국의 압도적 우세다. 대표팀의 연령을 20세·17세·14세 이하로 확장하면 대결 횟수는 무려 182차례로 늘어난다. 한국은 모든 연령대에서 일본을 상대로 100승51무31패를 기록했다. 한국의 승률은 50%를 상회한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성사된 한일전은 모두 7차례. 한국은 6승1패로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얻기 위해 프로급 전력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결과다. 일본은 월드컵이나 올림픽보다 비중이 떨어지는 아사안게임에서 연령대를 낮춘 세미프로급 전력으로 출전한다.
일본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21세 이하 대표팀을 구성했다. 해외파는 한 명도 발탁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선수의 연령을 23세 이하로 제한한다. 24세를 초과하는 선수, 이른바 와일드카드는 3명까지 허용된다.
일본은 경험보다 젊음과 패기를 선택했다. 2년 뒤 개최국으로 출전할 2022 도쿄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시안게임 개막 이전만 해도 우승을 노리지도 않았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선수의 경험 축적을 위해 4강까지만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전력은 한국보다 열세다. 일본은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박항서 매직’의 베트남을 상대로 0대 1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이 베트남을 4강전에서 만나 3대 1로 제압했다. 상대 전적만 놓고 봐도 한국의 우세를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은 16강 토너먼트부터 예상 밖으로 승승장구했다.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까지 올라왔다. 모리야스 감독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4강전에서 UAE를 1대 0으로 제압하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우승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강하다. 어려운 결승전이 될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표로 의기투합했다.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하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한일전에서 투혼을 발휘한다. 이 투혼이 전력과 무관하게 결승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의 타이틀 홀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제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이미 이 종목에서 어느 나라보다 많은 10개의 메달(금 4·은 3·동 3)을 보유했다. 우승하면 5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국에서 남자 국가대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면 병역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 혜택이 강한 동기부여를 불어넣는다. 김학범 감독이 구성한 지금의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해트트릭만 두 차례 달성한 황의조(감바 오사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선방쇼’를 펼친 조현우(대구)로 무장한 우승후보다.
가장 중요한 승부에 숙적이 찾아왔다. 한국과 일본 모두 은메달을 확보했지만 한일전이 결승전에서 성사된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승부다. 결승전은 1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