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 속 하루] 2등 이야기-안창림

입력 2018-08-31 16:13 수정 2018-08-31 17:51
안창림은 이제 다가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한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의 눈이 진지하다.

안창림의 어깨는 닿지 않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73kg 결승전이 펼쳐진 지난 30일 안창림은 석연찮은 판정으로 아쉽게 숙적 오노 쇼헤이(일본)와의 승부에서 패했다. 연장 11분이 넘는 혈투 속에 지도를 2개씩 주고받으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명승부를 벌였다.

안창림이 오노 쇼헤이의 허벅다리 후리기에 넘어가는 여러 장의 사진을 연속 사진으로 편집했다.

연장 7분 9초, 오노의 허벅다리 후리기가 안창림의 몸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안창림은 넘어가면서 필사적으로 어깨를 지켰고 그렇게 승부는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경기 도중 갑자기 심판진에서 비디오판독을 하겠다며 경기는 중단됐고 판독 끝에 오노의 절반승을 선언했다.

안창림이 패배 후 경기 영상을 시청하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에 두 눈을 감으며 아쉬워하고 있다.

4전 전패,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흘렸던 그의 노력은 석연치 않은 판정에 끝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메달을 떠나 이번 대회 중 가장 명승부라 칭할 수 있었던 경기가 심판진의 아쉬운 판정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경기로 남게 됐다.

안창림이 오노 쇼헤이에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이제는 받아들여야죠, 제가 아무리 떠들어도 결과는 안바뀝니다. 앞으로 제 목표를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석연찮은 판정에 고개를 떨군 안창림 선수는 대회 다음 날인 31일 컨벤션센터(JCC) 유도장에서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안창림 선수가 유도 훈련장에 힘없이 누워 핸드폰을 만지고 있다.

점심시간이지만 다음 날 있을 단체전 준비에 체중 조절 중이였다. 모두가 식사를 하는 시간에도 안창림 선수는 매트에 누워 힘없이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카메라 뷰파인더에 비친 그의 얼굴엔 어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그의 손에 생긴 상처와 운동으로 모양이 바뀐 귀가 그가 흘린 땀과 노력을 짐작케한다.

국가의 대표로서 출전해 금메달이라는 목표도 있었지만 사실 안창림 선수에겐 오노 쇼헤이와의 일전이 더욱 중요했다. 이를 위해 2년을 준비했다고 털어났다. 그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상식장에서 눈물을 흘린 그에게 어떤 심정이였는지 물었다. "마음의 정리가 안됐습니다. 은메달을 받는 순간 현실적인 패배가 느껴져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73kg 결승전에서 안창림이 숙적 오노 쇼헤이에게 업어치기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안창림 선수는 이제 다가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그 곳에서 다시 한번 오노 쇼헤이와의 일전을 위해 준비한다. "과거는 과거일 뿐, 제 목표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도쿄올림픽서 그의 금빛 메치기를 기대해 본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