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확실하게 이겨야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유도 경기가 펼쳐지고 있던 31일(한국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유도 경기장. 안창림은 다른 대표팀 동료들에 비해 이날 조금 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금호연 대표팀 감독은 “(안창림은)내일 단체전이 있고 오늘 저녁에 계체를 해야 한다”며 “조금 쉬다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날 석연찮은 판정 속에서 은메달을 받아 메달수여식에서 오열했던 안창림의 표정은 다행히 비교적 담담해 보였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잠을 잘 못 잤지만 괜찮다. 과거를 되돌아 생각하는 것보다는 앞을 내다보려 한다”고 말했다. 심판의 마지막 판정이 큰 논란이 됐다고 하자 그는 “당사자는 괜찮습니다!”라고 미소를 지으며 씩씩하게 말했다.
남자 73㎏급에 참가한 안창림은 결승전에서 숙적인 오노 쇼헤이(일본)를 만나 패했다.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돌입한 연장 막판에 오노의 허벅다리 후리기 기술을 허용했다는 것이 심판의 판정이었다. 안창림의 어깨가 매트에 닿았다며, 심판은 오노에게 ‘절반’을 선언했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을 보면 안창림은 팔꿈치로 버텼을 뿐 그 어깨가 매트에 닿지는 않았다.
안창림은 “내가 넘어갔다는 생각은 아예 못했다. 처음에는 상대방한테 ‘지도’가 주어져 시합이 끝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냉정히 보면 내가 지도를 확실히 딸 만한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왜 멈추는 거지?’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안창림은 “절반이라 하기에 설마 내 어깨가 닿았다는 판정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판정이었지만 안창림은 어쨌거나 인사를 하고 매트에서 내려왔었다. 안창림은 “한번 판정이 내려지면 번복될 일은 없기 때문에, 그 당황스러운 중에도 ‘매너 있게 시합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절을 하고 내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복잡한 심경이 찾아들었고, 안창림의 마음은 메달수여식에서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안창림은 “은메달을 직접 받아 보니 패배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고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안창림은 오노가 “심판의 도움을 받았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를 한 일을 모른다고 했다. 오노는 경기 이후에 안창림을 피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그에게 별달리 따로 건넨 말도 없었다고 한다. 안창림은 “그저 서로 ‘수고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안창림은 “내가 만일 그 선수의 입장이었다면 ‘운좋게 이겼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안창림은 “심판의 판정은 오노 선수의 탓도 아니고 누구의 탓도 아니며 내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창림은 오는 1일 단체전에 출전한다. 일본을 만나고, 그리고 오노와 다시 붙을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안창림은 “만났으면 좋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도 “에비누마 마사시 선수라는, 더 잘 하는 선수가 나올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창림은 다시 오노를 만나면 확실하게 이기겠다고 말했다.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본인의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깔끔히 성공시키겠다는 것이다.
안창림은 “어제의 일을 잊진 못했지만, 어제는 어제고 내일은 내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 상황을 받아들여 앞으로 잘 하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창림은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한 뒤에는 곧바로 세계선수권 대회를 준비한다. 안창림은 “아시아에서는 1등을 못 했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1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윤성호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