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54일간 30곳을 현지지도했다.
북·미 남북 북·중 관계가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늘어난 현지지도 의미는 무엇일까.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 최근 현지지도 행보 속 정책 코드 읽기’라는 온라인 보고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행보는 대북 제재 장기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홍 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화 상태에서 급증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동신문 보도일자 기준으로 약 54일(6월 30일~8월 21일) 동안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강원도 등 7개 지역 총 30개 단위에 대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가 있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1.8일 간격으로 1개 단위를 현지지도 한 것이다.
이러한 현지지도 강행군은 북한이 경제개발을 천명한 올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달 21일까지를 기준으로 올해 노동신문에 보도된 68번의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가운데 현지지도는 절반이 넘는 35회에 달했다. 반면 군 시찰은 한 번도 없었다.
홍 위원은 특히 올해 현지지도가 급증한 배경을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경제건설’로의 전략적 노선 변경, 정권수립 70주년 등을 꼽았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경제분야 성과에 대한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북제재 국면의 장기화 속에 성과내기가 쉽지 않고,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직접 당과 함께 현지지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이 직접 나서 경제를 챙길 것을 연일 주문하고 있다. 내각에 대해선 “주인답지 못한 무책임” “무능력한 사업태도” “만성적인 형식주의 및 요령주의” 등 강한 경고성 발언을 던졌다. 당이 경제를 직접 진두지휘해 성과를 내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도로 보인다.
홍 위원은 최근 김 위원장 현지지도에 등장하는 “뻔뻔스러운 행태” “대단히 격노” “마구잡이”와 같은 강도 높은 질타의 표현은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조바심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 경제를 챙기겠다는 경각심을 주고, 관료들의 형식주의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있다.
홍 위원은 현지지도에서 김 위원장이 구상 중인 경제개발의 방향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삼지연과 원산 갈마해안 관광지구를 두 차례나 방문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향후 대외 개방 및 경협과 밀접한 관광을 키우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섬유 및 방직, 화장품 등 경공업부문 현지지도를 많이 했고, 북·중 접경지역인 신도군 비단섬을 찾는 등 북·중 경협에도 관심을 보였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실용주의적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