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식욕 조절이 안 되는 아이

입력 2018-08-31 14:22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S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고 병원을 찾았다. S는 어려서는 매우 활발한 아이였다. 친구들의 따돌림이 시작된 후로는 차츰 위축이 되었다. 매사에 짜증이 늘었다. 숙제를 하다가도 몰래 웹툰을 보고 밤에도 웹툰을 하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곤 했다. 성적도 점점 떨어졌다. 선생님께도 자주 야단을 맞고 지적을 받았다.

S는 연년생으로 여동생이 있었다. 엄마, 아빠가 동생만 예뻐한다며 늘 불만이 많았다. 동생을 괴롭히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부모는 동생을 보호했다. S는 자주 혼이 났다. S는 욕심이 점점 많아졌고, 조그만 것도 양보 하는 법이 없었다. 특히 먹을 것을 보면 이성을 잃고 동생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헐레벌떡 먹어치웠다. 심지어 과자, 초코렛 등을 몰래 감추어 놓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 S는 체중이 늘어갔고, 남자 친구들은 ‘피그’ ‘돼지’라 놀렸다. 4학년 이후에는 여자 아이들도 S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연년생으로 자녀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도 더 힘든 일이다. 부모도 신체적, 심리적 에너지의 과부하가 생기지만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도전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태어나서 1년까지를 구강기, 즉 입으로 모든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는 시기라고 하였다. 실제로 이 시기에 아이들은 뭐든 입으로 가져가는 경향이 많다. 어떤 이유로든 이 시기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구강기적 욕구 충족이 되지 못해 입으로 하는 활동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식욕 조절의 문제, 술이나 담배, 심지어 약물에도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S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이다. 연년생 동생을 보는 건 흔한 일이고 그 정도가 무슨 트라우마냐 할 수도 있겠지만, 트라우마는 연령이 낮을수록 더욱 취약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1살짜리 아주 어린아이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 시기는 세상에 대한 신뢰감도 형성되어지는 시기라서 세상과 사람을 신뢰하기 힘들어진다. S도 친구들을 신뢰할 수 없으니 친구들에 집착하고, 이것이 여자 친구들이 S을 따돌리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자존감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친구들의 외모에 대한 놀림은 매우 적극적으로 선생님의 도움은 받아서라도 막아 주어야 한다. 심리적인 개입과 더불어 식욕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ADHD와 같은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는 아이인지 점검도 필요하다. 식습관도 체크해 보자. 식탐이 많은 아이들은 대개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다. 밥 때를 놓치고 배고픈 상태서 먹으면 음식을 먹을 때 급하게 먹게 된다. 가족의 간식 식습관도 같이 점검하자. 식사량도 갑자기 줄이기보다 서서히 조금씩 줄여 나가야 한다. 운동을 하라고 아이에게만 강요하지 말고 부모가 함께 운동해 주자. 칼로리 소모와 더불어 정서적인 만족감이 해결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운동을 추천한다. 아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뭐든 금방 싫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