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데이터 산업 활성화와 규제 혁신을 부르짖는 것은 산업 전반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데이터는 사람, 자본 등 기존의 생산요소를 능가하는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2년 전 이세돌 9단을 이기며 4차 산업혁명의 서막을 알린 ‘알파고’도 그 핵심에는 바둑기보를 딥러닝한 재료인 데이터가 있었다.
세계 주요국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데이터 산업 육성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 회장은 “우리는 절대로 데이터를 내다버리지 않는다”고 말했고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빅데이터는 기술에 영혼을 불어 넣는다”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데이터는 산업혁명 시대의 석유같은 자원”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우리의 개인정보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지만 실제 개인정보 보호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한 데이터 활용도 크게 위축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지속적인 공공데이터 개방에도 불구하고 활용도가 높은 데이터는 양적으로 부족하다고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미국은 23만3000개, 영국은 4만4000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2만5000개 정도로 추산된다.
또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지난해 자료에서 63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는 각종 규제에 막혀 공공·민간에서 활용도가 저조하고, 이에 국내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08억 달러(약 167조8000억원)에서 2020년 2100억 달러로 연 11.9%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2973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해 세계 시장 규모의 3.75% 수준이다. 2020년 국내 시장은 7조8450억원, 2022년에는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 7.6%의 성장률로 글로벌 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우리 정부는 내년에만 관련 정책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31일 밝혔다. 전문인력 5만명을 양성하고 강소기업 100개를 육성한다. 빅데이터센터 100개소도 구축한다. 사물 위치정보는 수집 사전동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규제 혁신도 단행한다. 그러면서도 가명 정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하면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은 강화한다.
정부는 데이터가 우리 산업 전반과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쳐 대한민국의 혁신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데이터 산업의 발전은 맞춤형 정밀진단, 최첨단 스마트공장, 자율차, 스마트팜 등과 같은 지능화 기반 산업혁신뿐만 아니라 최적 교통신호제어, 치매 예측, 인공지능 기반 범죄분석, 합리적인 신용대출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