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1)씨 부부의 연소득은 7000만원(월소득 500만원 중반) 안팎이다. 7살 난 아들이 크면서 살림이 빠듯해진 탓에 주말용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는 내년에 만기가 도래한다. 부족한 전세금이 고민인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9일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상(자녀가 한 명 있을 경우 8000만원 이상)이면 전세대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비판여론이 일자 30일 이러한 방침을 취소했다.
김씨는 31일 부부합산 월소득 564만원 이하 가정에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을 확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씨의 아내는 ‘우리도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대상에 들어가는지 알아보자’고 말했다.
김씨는 “한쪽에선 우리를 ‘고소득층’으로 봐 전세대출을 제한한다고 했다가 다른 쪽에선 자녀 양육비를 지원받을 계층으로 보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전세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형편이면 자녀 양육비 지원이 필요하겠느냐. 정책 사이 모순된 기준들을 보면 현장을 모르는 ‘탁상 행정’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부가 ‘월소득 564만원 이하 3인 가구’도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료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부동산 규제 대상과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대상 기준이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이날 발표한 ‘아이돌봄 서비스 개선 대책’에 따르면,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료를 직접 지원받는 대상이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중위소득 150% 이하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3인 가구 기준 월 소득 443만원이 넘으면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지만, 이제는 월소득 564만원까지는 정부 지원을 15% 받을 수 있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맞벌이 가정 등을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연봉 7000만원 이상이면 전세대출을 제한하겠다고 하더니, 정책 간 대상 기준이 모순된 것 아니냐’는 불만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남편과 맞벌이 중인 이모(36)씨는 “부부 합산소득이 7000만~80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전세대출을 막겠다고 한 건 정부가 그들을 고소득층으로 봤다는 뜻 아니냐”며 “그런데 그와 비슷한 소득에 대해 양육 서비스 비용은 지원해준다고 하니 국민 소득에 대한 정부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10년차 성모(40)씨는 “월소득 560만원이면 상위계층 맞다. 그런데 국민 세금으로 그들의 자녀 양육까지 도와야하냐”고 말했다.
반면 “소득이 높더라도 맞벌이 가정은 자녀 양육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도 적지않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기관들이 각기 내놓는 복지·경제 정책의 혜택 혹은 규제 대상 기준이 일관적이지 못한 건 오랫동안 계속됐던 고질적 행정 문제”라며 “현 정부 기조대로 복지 정책을 확대하기 위해선 대상 기준을 세심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무조건 부동산 규제 대상은 ‘고소득층’, 자녀 양육 지원 대상은 ‘중하위층’으로 구분해 인식하는 건 비약적인 논리”라며 “정부가 저출산 문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분석해 내놓은 기준들을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가 발표한 아이돌봄 서비스 개선 대책엔 아이돌보미 수 확충, 급여 인상 등도 포함됐다. 아이돌보미는 2만3000명에서 내년 3만명으로 늘리고 2022년까지 4만4000명까지 확대한다. 아이돌보미 수요가 주로 출퇴근 시간대에 몰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인원은 해당 시간대에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또 아이돌보미의 시급을 기존 7800원에서 내년에는 8400원으로 인상한다. 주 15시간 넘게 활동하는 아이돌보미는 주 1회 유급 휴가를 보장한다. 이렇게 되면 100시간 활동시 월급은 올해 78만원에서 100만8000원으로 늘어난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