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대’ ‘인창형일자리’ 2기 개각 유행어들

입력 2018-08-31 13:33 수정 2018-08-31 13:43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문재인정부 2기 개각을 읽는 키워드로 ‘인창형일자리’와 ‘태평성대’가 떠오르고 있다. 인창고 출신 인사들이 일자리와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중책을 맡았고, 성균관대 출신 장관·비서관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다.

30일 개각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된 이재갑(사진)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서울 인창고 출신으로,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동문이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윤종원 경제수석 역시 인창고 출신이다. 일자리 정책의 호흡을 맞출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인창고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추진중인 광주형일자리에 빗댄 ‘인창형일자리’나 소득주도성장에서 따온 ‘인창주도성장’ 등의 용어도 청와대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1977년 인창고를 졸업한 이재갑 후보자가 가장 선배다. 윤 수석과 정 수석은 각각 이 후보자의 2년, 5년 후배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도 인창고 출신이다. 인창고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으며 1953년 개교했다. 정 수석과 윤 수석 인사 때는 학교에는 축하 현수막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성대(成大)라는 단어도 회자된다. 30일 문 대통령이 발표한 5개 부처 장관, 4개 기관장(차관급) 인사 가운데 여성 3명이 성균관대학교 동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성대 동양철학과 81학번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법학과 84학번이다.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2008년 성균관대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를 받았다. 한번에 3명의 성대 출신이 장관 혹은 차관급 요직을 맡게 되면서 성대의 전성시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근혜정권 당시 성대는 가장 주목받는 학교였다. 박근혜 정부 초기는 성시경(성대·고시·경기고 출신) 내각으로 요약됐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첫 청와대 인선에서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12명 가운데 5명을 성대 출신으로 채웠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각각 법대 67학번과 79학번이었고,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은 행정학과 76학번, 이남기 전 홍보수석은 신문방송학과 68학번,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은 경영학과 77학번이었다. 총리, 장관, 청와대 수석 등 고위직 30개 중 7개가 성대 출신에게 돌아갔다.

집권 2년 차에서도 성대는 총리, 법무장관을 비롯 청와대 수석 10자리(공석 1자리 포함) 가운데 국정기획, 경제, 인사까지 3곳을 차지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조차 성대는 고려대를 제치고 연세대, 서울대와 3강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려대, 노무현 정부에서는 연세대 출신이 중용된 것과 비교된다.

다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구속되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성대의 시대도 끝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성대는 문재인정부 2기 개각으로 다시 힘을 얻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최근 임명된 김우영 청와대 제도개혁비서관은 성균관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유민영 홍보기획비서관도 성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청와대는 “능력 위주로 인사를 진행했을 뿐, 학교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