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까지 한걸음, 상대는 중국… 왜 이문규 감독은 ‘30%’라 말했나

입력 2018-08-31 13:15 수정 2018-08-31 15:34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에 참가한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대회 기간 내내 상대보다 한발 더 뛰는 끈질긴 수비를 펼쳤다. 코리아는 경기당 19.8개의 스틸을 기록, 10개팀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특유의 속공과 외곽 공격의 원동력도 결국은 수비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승률은 한 30% 정도? 상대의 승률이 70%입니다.”

지난 30일 대만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 티켓을 따낸 남북 단일팀 ‘코리아’의 이문규 감독은 중국과의 결승전 대결을 예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하나로 뭉쳐 무조건 이기겠다”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 등의 각오보다 오히려 신선했다. 남북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승승장구 중인 ‘코리아’지만, 중국은 얕잡아볼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중국은 최고 정예 멤버”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대만과의 4강전부터 코트를 밟은 박지수는 “중국을 상대로 높이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했다. 코리아 선수들은 박지수가 합류한 뒤 상대의 높이에 대응하는 수비가 편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 달 1일 중국을 상대로 열리는 결승전에서는 누구보다도 박지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결승에 진출한 코리아와 중국가 각각 앞선 6게임에서 보인 지표를 비교해 보면, 중국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점은 더욱 자명해진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112.5점을 득점하고 48.8점만 내주고 있다. 경기마다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상대를 눌러온 셈이다. 코리아는 평균 96.2점을 득점하고 61.2점을 상대에게 허용해 왔다. 공수에 걸쳐 중국이 코리아보다 기록이 좋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국은 필드골 성공률(61%), 2점슛 성공률(67%), 3점슛 성공률(44%), 어시스트(242개), 리바운드(295개)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코리아는 필드골 성공률(48.4%)과 3점슛 성공률(31.3%)에서 3위, 2점슛 성공률(58.5%)과 어시스트(195개)에서 2위, 리바운드(175개)에서 5위다.

코리아가 중국에 비해 앞서는 지표들도 있다. 확실히 앞서는 것은 스틸이다. 전면 압박 수비를 펼치는 코리아는 6게임에서 무려 119개의 스틸을 성공, 경기당 19.8개의 스틸을 기록 중이다. 임영희(3.3개) 박지현(3.0개) 장미경(2.8개)이 스틸 지표 1~3위에 올라 있다. 중국은 경기당 13.7개다.

가드로서 코리아의 경기를 조율하는 박혜진은 수비의 중요성을 말한 바 있다. 그는 “상대 진영에서부터 수비를 펼쳐 상대가 공격제한시간을 소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코리아의 많은 스틸은 그렇게 한발 더 움직이며 전방에서부터 계속 수비를 해온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는 중국에 비해 범실도 적다. 경기당 11.3개의 턴오버를 기록하는 코리아는 10개 참가팀 가운데 턴오버가 가장 적었다. 중국의 턴오버는 경기당 13.5개로 코리아보다 근소하게 많다. 애초부터 코리아는 끈질긴 수비로 상대의 턴오버를 유도, 속공으로 득점하는 팀이었다. 중국을 대상으로도 특유의 수비-속공 농구를 펼칠 수 있다면, 승률은 높아지게 된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활약 중인 박지수가 중도에 합류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박지수는 지난 4강전에서부터만 뛰었고, 그의 영향력은 앞선 게임들의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박지수가 투입되면서 리바운드와 수비가 강해졌다는 것은 선수들이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결승전에서는, 그간 코리아의 약점으로 지적되곤 하던 높이에서 대등한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분명 강한 팀이다. 다만 이 감독이 중국의 승률을 70%로 말한 건 그저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질 생각이 없다. 이 감독은 “(중국이 코리아를) 얕잡아 보면 30%가 70~80%가 된다”고 했다. 한 순간에 흐름이 뒤바뀌는 스포츠인 농구에서, 경기 전의 예상승률은 그저 예상승률일 뿐이다.

이 감독은 “약점을 헤집고 들어가는 농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숙영은 “결승전에서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중국을 상대로 최대한 높이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승전은 오는 1일 오후 6시(한국시간)에 시작된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