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린 가운데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빗물 침투율이 낮아 폭염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연구원(원장 서왕진)은 ‘서울시 폭염 대응력 향상방안’을 31일 발표했다. 올 여름 서울은 최고기온이 39.6도를 기록했고 열대야 지속일이 26일에 육박하는 등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서울은 인구밀도와 불투수율이 높아 고온과 폭염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불투수율은 빗물이 침투할 수 없는 비율로 녹지 비율과도 연관이 있다.
서울연구원은 대안으로 열환경개선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열기를 식혀주는 도로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또 열환경을 고려한 도시조성, 하천환경 개선과 물길 조성, 녹지 확대와 인공설비를 활용한 물순환 촉진 등을 추진해 서울시 전 부서가 협력체계를 구축해 폭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과 폭염취약계층 1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서울시민이 가장 원하는 폭염 대비 정책 우선 순위는 ‘전기요금 인하’가 54.9%로 가장 높았고 ‘야외공간 그늘 확보’(47.7%) ‘폭염대피소 개선’(41.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32일 이상 열대야를 기록한 2016년 폭염 당시 서울시민은 피로감(57.8%), 수면부족(48.4%), 과도한 땀 흘림(47.3%), 집중력 저하(47.2%) 등의 신체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시민 25%는 폭염특보를 접한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고 답했다. 무더위쉼터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용연령이 달라서’라는 응답이 40.6%로 가장 높았고 ‘위치를 몰라서’(21.9%) 순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경우 폭염대피소를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짐’(23.8%)을 꼽았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올해 서울의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5.8배로 나타나면서 서울시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했다”며 “앞으로 더 무더워지고, 더 길어질 서울의 여름을 종합적으로 대비하는 체계를 시급히 갖추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