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인구밀도 높고 빗물 침투율 낮은 서울, 폭염에 취약”

입력 2018-08-31 11:15 수정 2018-08-31 14:14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한 건물 앞에 설치된 온도계가 40도를 가리키고 있다. 국민일보DB

올여름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린 가운데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빗물 침투율이 낮아 폭염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연구원(원장 서왕진)은 ‘서울시 폭염 대응력 향상방안’을 31일 발표했다. 올 여름 서울은 최고기온이 39.6도를 기록했고 열대야 지속일이 26일에 육박하는 등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서울은 인구밀도와 불투수율이 높아 고온과 폭염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불투수율은 빗물이 침투할 수 없는 비율로 녹지 비율과도 연관이 있다.

서울연구원은 대안으로 열환경개선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열기를 식혀주는 도로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또 열환경을 고려한 도시조성, 하천환경 개선과 물길 조성, 녹지 확대와 인공설비를 활용한 물순환 촉진 등을 추진해 서울시 전 부서가 협력체계를 구축해 폭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과 폭염취약계층 1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서울시민이 가장 원하는 폭염 대비 정책 우선 순위는 ‘전기요금 인하’가 54.9%로 가장 높았고 ‘야외공간 그늘 확보’(47.7%) ‘폭염대피소 개선’(41.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32일 이상 열대야를 기록한 2016년 폭염 당시 서울시민은 피로감(57.8%), 수면부족(48.4%), 과도한 땀 흘림(47.3%), 집중력 저하(47.2%) 등의 신체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시민 25%는 폭염특보를 접한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고 답했다. 무더위쉼터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용연령이 달라서’라는 응답이 40.6%로 가장 높았고 ‘위치를 몰라서’(21.9%) 순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경우 폭염대피소를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짐’(23.8%)을 꼽았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올해 서울의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5.8배로 나타나면서 서울시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했다”며 “앞으로 더 무더워지고, 더 길어질 서울의 여름을 종합적으로 대비하는 체계를 시급히 갖추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