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헌법재판소, 국가기관 불법 행위에 더 단호해야”

입력 2018-08-31 10:51 수정 2018-08-31 13:59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저를 비롯해 공직자가 가지고 있는 권한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일 뿐”이라며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더 철저해야 하며 국가기관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헌법은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헌법을 수호하라는 국민 명령, 억울한 사람을 지켜줄 것이라는 국민 기대, 민주주의 발전 기반이 되고 있다는 국민 믿음에 헌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응답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은 힘이 세다. 국민의 뜻과 의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겼고 국민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헌재가 우리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불합리한 관행과 부당한 국가권력 행사로 상처받은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고, 헌법재판소는 치열한 토론과 과감한 결정으로 오랜 인습과 폐단을 없애줬다”며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 악법들을 위헌으로 결정할 때마다 국민의 삶은 좋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왔다”며 “헌법에 위반되는 정치제도의 개선을 끌어냈고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의 흠결을 보완해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은 진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은 완전무결하거나 영원하지 않다. 헌법에 대한 해석 역시 고정불변이거나 무오류일 수는 없다”며 “시대정신과 국민들의 헌법의식에 따라 헌법해석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만 “변할 수 없는 원칙도 있다. 민주주의의 완성과 인간의 존엄을 향한 국민의 뜻과 염원은 결코 바뀔 수 없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이 원칙에 굳건히 뿌리내릴수록 헌법을 포함해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헌법기관이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해왔는지, 헌법정신을 잊거나 하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민주권의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주권을 강화하고 성숙한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길에서 국민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주요 인사들과 나눈 환담에서 “30년 전 헌법재판소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헌법재판소라는 이름이 낯설었는데 이제는 최고재판소와 별개로 가는 게 세계적으로도 큰 흐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헌재와의 인연도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방금 대심판정을 거쳐 왔는데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대리인들 간사 역할을 하며 대심판정에 자주 왔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가 “그때 재판장이 이분”이라며 윤영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을 가리키자 웃음이 터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포토라인에 여러 번 서봤는데 참 곤혹스러웠다. 하물며 대리인 간사도 그런데 당사자면 얼마나 곤혹스럽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당시에는 탄핵재판이란 게 초유의 일이고 심리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 민사법을 적용해야 할지 형사법을 적용해야 할지 어려웠다. 우리도 공부하고 헌재도 공부하면서 재판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국민과 함께한 30년, 헌법과 동행할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이진성 헌재소장과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및 주요 헌법기관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김의겸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