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 놨다고요? 당연한 금메달은 없어요”

입력 2018-08-31 10:49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르 폽키 찌부부르 체육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태극기를 휘날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종목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한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나마 한국의 실력에 견줄 만한 팀으로 꼽히던 일본이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자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전망은 더욱 컸었다. 이런 전망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표팀의 레프트백 한미슬은 지난 3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고르 폽키 찌부부르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치른 뒤 “수비에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 보니 어떤 기분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약간 미소지으며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8번 치러진 아시안게임의 여자핸드볼에서 금메달 7개는 한국의 것이었다. “인도네시아까지 올 것 없이, 금메달을 택배로 받으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한미슬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훈련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고 부담이 많았다”며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셨기 때문인데, 당연하게 생각하진 않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미슬은 “이곳에 와서 작은 부상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쉬운 상대와의 경기도 긴장되는 건 매한가지였다고 한다. 결승전에서 8골을 넣은 정유라는 “오전에 팀이 미팅을 갖고 이야기했다. ‘절대 방심하지 말자’ 그것만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장신 피벗을 활용한 중국이 점수차를 갑자기 줄이기도 했다. 정유라는 “골키퍼 박세영의 선방 때문에 다시 앞서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계청 감독은 겨우 한숨 돌린 얼굴이었다. 그는 “엔트리를 꾸리며 지난 대표팀의 국가대표 5명가량이 제외됐고, 노장 선수들을 많이 데려오게 됐다”며 “솔직히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커버했다. 중국과의 결승전은 신장이 열세였는데도 선수들이 잘 해 줬다”고 계속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금메달이 당연했다는 여론에 대해 “주변에서도 내가 초보 감독이라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있는 선수들로 하나가 돼 열심히 했고, 하나된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