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4번타자다.”
역대 한국 야구 대표팀 4번 타자들의 위력은 막강했다. ‘두목곰’ 김동주,‘국민타자’ 이승엽,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등 별명에 걸맞는 위력을 과시했다.
박병호가 완벽히 부활했다. 30일 슈퍼라운드 1차전 일본전은 박병호가 대한민국 4번타자임을 입증한 경기였다.
3회초 공격 1사 후 넥센 히어로즈 동료이자 후배인 김하성이 선제 솔로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재환의 아웃으로 흐름이 끊어지려는 순간 박병호는 중견수 뒤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대형 아치를 그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4회초엔 좌전 안타, 그리고 5회 우전 안타로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수비 요정’의 모습도 보였다. 2회말 0-0으로 맞선 2회 2사 2루였다. 마츠모토 모모타로의 1루와 2루 사이를 가르는 타구를 날렸다. 빠지면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다. 박병호가 몸을 날렸다. 재빨리 일어서 1루 커버를 들어온 최원태에게 토스하며 실점 위기를 막았다. 진격의 토대를 마련해 준 명품 수비였다.
이날 경기에 앞서 예선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기에 일본전에 임하는 박병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대만전과 인도네시아전에서 각각 4타수1안타에 그쳤다. 홍콩과의 예선 최종전에선 1안타 3볼넷에 그치다 중월 솔로포로 체면치레를 했다. 4타수 2안타였다. 세 경기 성적을 종합하면 12타수4안타였다.
박병호는 경기가 끝난 뒤 “지난 경기에 대해 나부터 많은 후회, 반성을 했다”라며 “더 이상 후회와 반성이 남는 경기가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전 선수들끼리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했다”라며 “선수들부터 코칭스태프까지 한마음으로 준비가 잘 돼 경기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제 두 경기가 남았다. 31일 슈퍼라운드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 이어 다음 달 1일 대망의 결승전이다. 박병호의 말처럼 후회없는 경기가 돼야 한다. 넥센 히어로즈가 아닌 서울의 4번 타자가 아닌 대한민국 4번 타자가 있기에 할 수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