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것 없으면 오지 말라” 로이터가 전한 김영철 비밀 편지

입력 2018-08-31 05:33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북을 돌연 취소한 계기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보낸 ‘비밀 편지’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편지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 편지엔 무언가를 줄 생각이 없다면 오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미국 정부 고위 관리의 증언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시간으로 30일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김 부위원장 편지엔 “미국의 가시적 조치를 거듭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미국 측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기간 동안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북한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정보 및 국방 관리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의 핵무기 포기 의향에 대해 깊은 불신을 표출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통신은 또 이번 편지로 미국 측에 협상 무산 위기를 경고한 북측이 향후 한국 정부와 별도의 합의 도출을 시도하면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꾀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미국 관리들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4일 예정됐던 4차 방북을 취소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무역과 관련해 중국에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미래에 북한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워싱턴포스트(WP)는 김 부위원장의 편지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으며 이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 방북은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확신을 줄 정도로 적대적 내용이었다고 보도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