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식은 바벨을 놓지 않았다

입력 2018-08-31 08:00
한국 역도 국가대표 원정식(28)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서널엑스포(지엑스포) 역도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역도 69kg급 결승에서 최선을 다해 바벨을 들어올리는 모습. 원정식은 이때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 침을 맞아 피를 빼는 응급처치를 한 상태였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끝나긴 끝났는데… 아쉬움이 많이 있죠. 대회가 끝난 뒤에, 훈련을 하다 귀국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한국 역도 국가대표 원정식(28)은 지난 28일 귀국했다. 그는 지난 22일 남자 역도 69㎏급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금메달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여럿이었다. 인상(바벨을 머리 위로 바로 든 뒤 일어서는 것)에서 145㎏을 들어올린 그는 선두권과의 무게 차이를 극복해야 했던 용상(앉은 자세에서 바벨을 어깨까지 든 뒤 일어서며 머리 위로 올리는 것)에서 실격 처리됐다. 마지막 바벨을 놓칠 때, 중심을 잃고 뒷걸음질을 치다 엉덩방아까지 찧은 그에게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었다.

원정식은 시합 중 부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회 직전 워밍업을 할 때,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났다는 것이다. 계체를 앞두고 5㎏ 이상 감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원정식은 “몸의 영양이 갑자기 빠져서 그랬는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원정식은 지난 5월 국가대표선발전을 준비할 때,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때 살을 많이 뺐다. 그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다”고 했다.

“몸은 해야 하는데 쥐가 올라오니까 힘은 안 써지고, 정말 저도 답답한 겁니다. 머리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몸은 안 되고. 워밍업할 때, 인상할 때 쥐가 올라와 버리니까 만회해야 할 용상에서도 뒤집을 수가 없고….” 원정식은 “준비한 게 아까워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급한 대로 다리에 침을 맞아 피를 낸 뒤에 심판진과 바벨 앞에 섰다.

원정식의 증상은 이배영 현 코치가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겪었던 다리 경련과 같은 것이었다. 당시 이 코치도 종아리에 쥐가 났고, 침을 맞은 뒤 바벨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힘을 쓰진 못할 노릇이었다. 이 코치가 마지막 바벨을 들다 앞으로 넘어지고, 넘어지면서도 끝내 바벨을 놓지 않던 장면은 유명하다.

그는 “연습 때에는 ‘50-90’을 했다”고 말했다. 인상 150㎏과 용상 190㎏을 수월하게 들었다는 뜻이다. 그대로만 했다면 금메달이었다. 1위를 한 북한의 오강철은 인상 용상 합계가 336㎏이었다. 원정식은 “경기가 끝나고도 계속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아쉬워서요”라고 한다. 메달을 얻지 못한 그가 훈련하는 장면은 아무도 취재하지 않았다. 인터뷰 도중 “몸이 꽉 찬 듯하다”는 말을 여러 한 그는 “73㎏으로 체급을 올려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윤성호 이경원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