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긴 끝났는데… 아쉬움이 많이 있죠. 대회가 끝난 뒤에, 훈련을 하다 귀국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한국 역도 국가대표 원정식(28)은 지난 28일 귀국했다. 그는 지난 22일 남자 역도 69㎏급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금메달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여럿이었다. 인상(바벨을 머리 위로 바로 든 뒤 일어서는 것)에서 145㎏을 들어올린 그는 선두권과의 무게 차이를 극복해야 했던 용상(앉은 자세에서 바벨을 어깨까지 든 뒤 일어서며 머리 위로 올리는 것)에서 실격 처리됐다. 마지막 바벨을 놓칠 때, 중심을 잃고 뒷걸음질을 치다 엉덩방아까지 찧은 그에게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었다.
원정식은 시합 중 부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회 직전 워밍업을 할 때,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났다는 것이다. 계체를 앞두고 5㎏ 이상 감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원정식은 “몸의 영양이 갑자기 빠져서 그랬는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원정식은 지난 5월 국가대표선발전을 준비할 때,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때 살을 많이 뺐다. 그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다”고 했다.
“몸은 해야 하는데 쥐가 올라오니까 힘은 안 써지고, 정말 저도 답답한 겁니다. 머리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몸은 안 되고. 워밍업할 때, 인상할 때 쥐가 올라와 버리니까 만회해야 할 용상에서도 뒤집을 수가 없고….” 원정식은 “준비한 게 아까워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급한 대로 다리에 침을 맞아 피를 낸 뒤에 심판진과 바벨 앞에 섰다.
원정식의 증상은 이배영 현 코치가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겪었던 다리 경련과 같은 것이었다. 당시 이 코치도 종아리에 쥐가 났고, 침을 맞은 뒤 바벨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힘을 쓰진 못할 노릇이었다. 이 코치가 마지막 바벨을 들다 앞으로 넘어지고, 넘어지면서도 끝내 바벨을 놓지 않던 장면은 유명하다.
그는 “연습 때에는 ‘50-90’을 했다”고 말했다. 인상 150㎏과 용상 190㎏을 수월하게 들었다는 뜻이다. 그대로만 했다면 금메달이었다. 1위를 한 북한의 오강철은 인상 용상 합계가 336㎏이었다. 원정식은 “경기가 끝나고도 계속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아쉬워서요”라고 한다. 메달을 얻지 못한 그가 훈련하는 장면은 아무도 취재하지 않았다. 인터뷰 도중 “몸이 꽉 찬 듯하다”는 말을 여러 한 그는 “73㎏으로 체급을 올려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윤성호 이경원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