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쓴 우생순… 우린 원팀이었다”

입력 2018-08-30 22:47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르 폽키 찌부부르 체육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에서 승리, 금메달을 결정지은 뒤 태극기를 휘날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진 30일(한국시간) 고르 폽키 찌부부르 스타디움. 승자가 된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목에 걸린 금메달을 감독과 코치에게 걸어 주며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대회 전승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인 한국 선수들은 관중들에게 인기였다. 메달수여식이 끝나고 누구나 핸드볼 경기장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자, 한국 선수들은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자원봉사자와 관중의 요청에 거듭 시달렸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오기로 돼 있는 선수가 좀체 오지 못하자 한 자원봉사자가 “친구가 너무 많이 생겼다.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고 알리기도 했다.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포옹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이계청 감독이 취재진 앞으로 나왔다. 그는 “성인 국가대표팀 감독을 처음 맡아 나온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 영광이다”고 인사했다. 전승 우승의 원동력을 묻자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지난해 국가대표팀에서 주전 5명이 제외돼 약하다는 평가도 받았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속내와 달리 한국 여자핸드볼의 금메달은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 감독도 “선수나 제게 큰 부담이 됐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큰 영광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선전에서 떨어질 걱정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구의 조화를 통해 이겨냈다. ‘우생순’의 신화를 이번에는 금메달로 재현한 선수들을 이 감독은 뿌듯하게 바라봤다.

이 감독은 남북대결이 있었던 여자 핸드볼에서 남북 단일팀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핸드볼연맹(IHF)이 한국에 먼저 제의한 걸로 알고 있다. 북한 선수단도 흔쾌히 좋게 생각한다”며 “지금은 식당에서 만나도 서로 대화하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북한 핸드볼 대표팀은 한국의 금메달을 응원했다고 한다.

그에게 한국 핸드볼이 강했던 이유를 물었다. 이 감독은 주저 없이 “원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한마음 한뜻이었던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일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