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 혼자서는 힘들어… 이란의 벽은 높았다

입력 2018-08-30 20:17 수정 2018-08-30 20:19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30일 이란의 높이에 가로막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라건아가 40분간 풀타임을 뛰며 37득점의 활약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진은 지난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대표팀의 모습.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어지럽게 흐르는 볼을 잡은 라건아가 호쾌한 투핸드 덩크슛을 터뜨렸다. 3쿼터 마지막 순간에는 최준용이 자신있게 던진 3점슛이 들어갔다. 하지만 48-63. 15점차로 4쿼터를 시작한 한국은 끝내 이란의 힘과 높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한국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 농구 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준결승전에서 리바운드의 열세 속에 68대 80으로 패했다. 모든 선수가 악착같이 달렸지만 이란의 높이가 워낙 높았다. 한국의 리바운드는 27개, 이란은 47개였다. 한국의 공격 리바운드는 4개 뿐이었다.

이날 한국은 공격에서 라건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라건아는 40분을 풀타임 출장하며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37득점을 올렸다. 26개의 2점슛을 시도해 절반인 13개를 성공시켰고, 11개 얻은 자유투를 모두 넣었다.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종목에서 누적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는 선수다운 활약이었다. 리바운드는 12개를 잡았고 2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하지만 라건아의 활약만으로는 이기기 어려웠다. 한국에서 라건아 이외의 두 자릿수 득점자는 김선형(11득점) 최준용(10득점) 뿐이었다. 지난 필리핀과의 8강전에서 소나기 3점슛을 퍼부었던 전준범은 이란의 높이에 이렇다할 슛 찬스를 잡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이정현과 허웅이 4득점씩을 기록했다. 김준일 박찬희 허훈 강상재는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한물 갔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하메드 하다디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23득점 4블록슛으로 활약했다. 라건아는 볼을 잡은 채 줄 곳을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다디를 상대로 일대일 공격을 했고, 하다디에 막혀 블록을 당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머리 하나가 더 큰 하다디에게 허무하게 막히는 때면 라건아는 양팔을 하늘로 들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제스처를 했다. 양팀은 경기 중 앙금이 쌓인듯 종료 이후 인사를 나눌 때 거칠게 충돌하기도 했다. 신경전을 펼쳤던 최준용과 하다디는,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에는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허재 감독은 “경기력에 대해 딱히 이야기할 건 없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디펜스나 오펜스가 생각했던 대로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 ‘무기력한 경기’였음을 말하면서, 허 감독은 표정이 밝지 못했다. 그는 “픽앤롤 디펜스를 준비했지만 상대에게 쉽게 점수를 허용했다”고 했다. 이어 “오펜스에서는 라건아가 하다디를 데리고 나와 패턴 공격을 하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말이 많았다”는 말이 나오자 “지금 여기에 와서 어떻게 할 거냐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마지막까지 잘 해서 동메달로, 좋은 모습으로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란 선수들이 선수 대기실에서 기뻐서 지르는 괴성이 믹스트존까지 들렸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