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의전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앞치마를 둘러맸다. 특권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국회 특수활동비를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한 문 의장이 30일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문 의장은 “20년 사는 솔개는 죽을 때가 되면 부리와 발톱을 스스로 뽑고 새 삶을 얻는다”면서 “새로 태어난다는 정신으로 혁신하겠다. 오늘이 혁신의 첫날”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공관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음식을 직원들이 직접 서빙하겠다며 ‘큰바위’라고 적힌 앞치마를 둘러맸다. 큰 바위는 문희상 의장의 별명이다.
이날 오찬에는 삼계탕과 김치류, 떡과 과일 등이 올라왔다. 문 의장은 외부 업체가 아닌 직접 준비한 음식임을 강조했다. 밥 먹는 것에서부터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뜻이다.
문 의장은 “중국 음식점에서 먹는 게 맛있고 좋을 수 있지만 이렇게 의장이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오늘 나오는 음식이 마땅치 않겠지만 정성이 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찬에 참석한 국회 관계자 역시 메인메뉴였던 삼계탕은 물론 열무김치와 깍두기도 직접 담근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 의장은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과 예산 조정 과정에서 입씨름을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문 의장은 “특수활동비도 없는데 1200만원짜리(예산)를 900만원으로 떨어뜨렸더라”면서 “내가 기가 막혀서 따졌더니 그래도 그거보다 더 짜야한다는게 사무총장”이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그거 하려고 했던 거 아니냐 우리가. 쉽지 않은 거다. 20년 더 살려고 죽기 살기로 자신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