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때다. 당시 야구 대표팀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했기에 황재균은 부각되지 않았다.
황재균이 해결사로 떠오른 건 대만과의 결승전이었다. 예선에서 8회 10-0 콜드게임으로 격파했기 때문에 낙승이 점쳐지는 상황이었지만 상황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갔다.
선발투수 김광현은 1회말 제구력 난조 속에 잇따라 장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대만 선발인 대학생 투수 궈진린에게 끌려가던 대표팀은 5회 손아섭의 적시타와 상대 실책을 틈타 전세를 뒤집었지만 6회 김광현이 또 안타 2개와 희생플라이를 맞고 두 점을 내줘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이른바 '약속의 8회'에 황재균이 일을 냈다. 선두 민병헌의 안타를 시작으로 만든 원아웃 만루 기회에서 강정호가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 동점을 만들었고 나성범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 상황에서 황재균이 2타점 우전적시타를 터뜨리며 문학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물론 결론은 금메달이었다. 인천 대회 때 황재균은 5경기 타율 0.667(12타수 8안타) 5타점으로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했다.
황재균이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2014년 해결사’ 모드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황재균은 대표팀에 막차로 합류했다. 2년 연속 홈런왕 최정이 있었기에 선발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정이 부상을 당하면서 대체 멤버로 발탁됐다.
첫 출발은 좋지 못했다. 지난 26일 대만전 때는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27일 인도네시아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더니 28일 홍콩전에서는 만루홈런으로 21대3 대승을 견인했다.
30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도 황재균의 해결사 능력을 빛을 발했다. 황재균은 4회초 투아웃 상황에서 좌월 솔로 홈런을 쳤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4호 홈런이다. 물론 팀내 홈런 1위다. 3회초 김하성과 박병호의 홈런으로 2-0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는 귀중한 홈런이 됐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돌아와 88억원을 받고 올해 KT 위즈와 FA 계약을 맺은 황재균에 대한 평가는 엇가린다. 홈런은 19개나 쳤지만 타율은 0.288여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만은 다르다. 지금 황재균은 이승엽의 대를 잇는 해결사임에 분명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