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최종전. 당시 한국은 8회초까지 0-2로 끌려가다가 8회말 1-2로 따라붙었다. 1사 3루에서 김재박이 유명한 개구리 번트로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2사 1·2루 찬스에서 한대화가 왼쪽 폴대를 때리는 3점홈런을 작렬시키며 승리를 거뒀다. 대한민국 야구사에서 계속되고 있는 ‘약속의 8회’의 시작이다.
이후 한일전에선 마치 약속이나 한 것 처럼 ‘약속의 8회’는 계속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3, 4위전에선 이승엽이 8회말 2사 2·3루에서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로 괴물투수 마쓰자카를 무너뜨렸다. 한국은 3-1 승리를 거두며 야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때도 마찬가지였다.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0-2로 뒤지다가 5회 1점을 따라붙었고, 8회 이승엽의 투런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2008년 8월 22일 베이징올림픽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8회말. 대회 내내 침묵하던 이승엽이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이와세의 공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8회말 대거 4점을 뽑으며 6-2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이승엽이 인터뷰 도중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며 펑펑 울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본을 꺾고 상승세를 이어나간 대표팀은 쿠바와의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 ‘9전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만들었다.
또 다시 일본이다. 30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숙적 일본과 맞붙는다. 지면 곧 탈락이다. 한 순감도 방심해선 안 된다.일본 대표팀이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됐다며 자만해서도 안 된다.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도 안 된다. 그래야만 약속의 8회 신화는 계속될 수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