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세 살 지능돼 돌아온 남편” 교도소 vs 재소자 진실공방

입력 2018-08-31 05:00 수정 2018-08-31 11:26
재소자 A씨 가족 제공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발작을 일으킨 재소자에게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소자 측은 “초기 대응이 늦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하고, 교도소 측은 “의무기록 상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 그날 수용거실에서 벌어진 일

순천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는 A씨는 6월 14일 새벽 3시35분쯤 수용거실에서 호흡곤란 등을 호소했다. 숙직실에 있던 의무간호사가 A씨 상태를 살폈다. A씨와 같은 방을 쓰는 재소자 B씨는 간호사에게 “발작 증세 같다. 팔다리가 뒤틀렸고 입에 거품도 물었다. 코피를 흘리고 구토도 했다”며 “응급실로 이송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간호사는 “혈압과 맥박 등을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다”며 “지금은 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숙직실로 복귀했다.

A씨는 6시30분쯤 다시 발작을 시작했고 순천 성가롤로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진단 결과 의식 상태와 바이탈은 양호한 상태였다. 문제가 발견된 건 광주 전남대병원으로 전원한 뒤 받은 뇌척수액 검사에서였다. 그는 뇌염의증과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15일 형집행정지를 받고 풀려나 현재 가족에게 인계된 상황이다.

◇ “응급처치 제대로 안했다” vs “환자에게 이상 없었다”

A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C씨는 뒤늦게 상황을 접하고 교도소 측 응급처치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C씨는 현직 간호사다.

C씨는 “발작이 오면 멍하게 있거나 자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때문에 즉시 119 응급구조대를 불러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의료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치의도 ‘뇌 관련 질환은 1분 1초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남편이 새벽에 이송됐다면 3주 동안 중환자실에서 수면 치료를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항상제나 스테로이드를 맞는 등 일반적인 치료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마 손상까지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측두엽이나 후두엽 일부가 손상되는 선에서 끝났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일보는 현직 119 구급대원에게 해당 상황을 설명하고 응급처치 방법을 물었다. 그는 “발작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병원 진료가 필요했다고 본다”며 “바이탈을 체크하고 담당 의사에게 상황 보고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자고 있는 건지, 의식을 잃은 것인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작을 하고 난 뒤 자는 듯 보여도 깨어나면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교도소 측은 “당시 환자가 간호사에게 ‘졸리다’ ‘자고 싶다’고 진술하는 등 의식이 있었다는 의무기록이 있다”며 “사지 감각 및 움직임 등에서 이상 증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간호사는 바이탈이 정상이었기에 숙직실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씨는 “당시 바이탈이 정상이었어도 발작을 일으킨 환자의 경과를 지켜보지도 않은 채 숙직실로 복귀한 것은 근무태만”이라고 주장했다.

◇ 초기 대응 중요한 뇌염 환자… 교도소 측 출동시간은?

같은 방 재소자 B씨는 새벽 3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부터 A씨가 발작 증세를 보여 곧바로 비상벨을 눌렀지만 간호사는 30분이 지난 뒤 도착했다고 주장했다.

교도소 측은 처음에는 “간호사가 작성한 의무기록에 따르면 비상벨이 울린 시간은 3시30분, 출동은 3분 이내에 마무리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비상벨이 울린 시간은 3시20분쯤이었고 출동은 10분정도 걸린 것으로 확인된다”고 정정했다. 교도소 측은 “재소자 측 입장에서는 미흡해 보일 수 있으나, 당시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A씨 가족은 사고 다음 날 간호사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C씨는 “당시 간호사는 ‘과실을 인정한다’며 ‘미안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 현재 A씨 상태는? “해마 손상돼 종종 기억을 잃는다”

재소자 A씨 가족 제공

재소자 측은 현재 A씨 인지력이 세 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억중추인 해마가 손상돼 종종 기억을 잃고 하루에 세 차례 정도 혼절한다고도 했다.

주치의 소견서에는 “현재 6가지 항뇌전증약물 복합치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복합부분발작이 지속되고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항뇌전증 약물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로 적극적인 약물 치료 및 외래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발작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적혀 있다.

C씨는 “남편에게 ‘어디를 가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얼마 안 가 내게 ‘어디 가냐’고 묻는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초기대응이 늦어 뇌전증이라는 후유증도 앓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