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딱 벌어질…상상도 못한” 28일 폭우 중계한 기상청 예보 국장 발언 ‘시끌’

입력 2018-08-30 06:12

“예보해야 할 기상청이 생중계하냐”

지난 28일 퇴근길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시민들의 이 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호우 예비 특보도 없었던 서울에 3시간 동안 60㎜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동안 60㎜ 또는 12시간 동안 110㎜이상일 때 발효 된다. 호우경보는 3시간 동안 90㎜, 12시간 동안 180㎜이상일 때 내려진다. 기상청이 28일 서울에 호우경보를 내린 건 오후 7시40분이다.

이미 오후 6시40분 기준으로 3시간 동안 서울 도봉구에는 69㎜, 강북구는 66㎜, 은평구는 60㎜를 기록했었다. 기상청이 제공한 동네예보도 빗나갔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은 오후 6시 이후엔 차차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이 시간 방학동의 빗줄기는 더욱 강해졌다.

앞서 지난 23일 제19호 태풍 ‘솔릭’도 빗겨간 예보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불만을 토로했었다. 당시 기상청은 강한 비바람이 수도권을 강타할 것이라고 예보했고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었다. 덕분에 많은 어린이집과 학교가 휴교했다. 맞벌이 부부들은 갑작스런 휴원과 휴교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러나 태풍 ‘솔릭'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만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은 24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쯤 서울에 근접해 강한 비바람을 예고했지만 당시엔 빗방울만 조금 떨어졌다. 이날 서울의 강수량은 10㎜의 불과했다. 이후 ‘솔릭’은 세력이 약해진 상태로 이날 오후 2시 동해상을 빠져나가 25일 일본 삿포로 부근 해상에서 소멸됐다.

덕분에 온라인 곳곳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상예보가 아닌 생중계 중인 기상청”이라는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상륙 가능성 등 위험 요인에 더 가중치를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태풍의 경로와 위력을 부각해 피해를 최소화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랬던 기상청이 28일 오후 쏟아진 폭우는 예상치 못해 피해가 급증했다. 오후 8시30분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중랑천이 범람하면서 동부간선도로 월릉교 부근에서 차량 5대가 물에 잠겼고 이 중 1대는 뒤늦게 발견돼 49세 A씨가 숨졌다. 서울 은평구 주민 31명도 집이 물에 잠겨 인근 마을회관이나 사우나로 대피하기도 했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

빗나간 예보에 시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기상청 예보국장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유희동 국장은 28일 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토로했다.

유 국장은 이어 “강수대가 오후 7시쯤 서울을 벗어나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비가 그칠 것으로 봤는데 갑자기 조직이 강화되더니 남쪽으로 다시 내려왔다”며 “30년 가까이 기상청에 근무했는데도 처음 보는 현상이다 보니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무책임한 발언이다” “상상도 못하면서 왜 기상청에 있냐?” “세금이 아깝다” “예보 책임자가 할 소리냐” 등의 비난이 거세졌다. 지난해 8월 있었던 감사원 감사에서는 기상청 비 예보 적중률이 46%에 그쳤던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기상청에 대한 불신도 가중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