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당돌했다.
앞에 놓인 공을 주저하지 않고 찼다. 멀티골은 모두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뒤로 떨어지거나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골문 앞 쇄도 과정에서 흐른 공을 과감하게 때린 결과였다. 주심과 부딪혀 넘어졌을 때 통증을 호소하며 너스레도 떨 줄도 알았다. 결승 진출을 확정하고선 “더 높은 곳”을 말했다. 스무 살인 그가 바라보는 곳, 결국 금메달이다.
이승우는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베트남을 3대 1로 격파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전을 마치고 김학범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왔다. 이승우는 기선을 제압한 전반 7분 선제골, 승부에 쐐기를 박은 후반 10분 추가골을 넣은 승리의 주인공이다.
이승우는 “목표로 삼았던 결승에 올라가 기쁘다”며 “우리는 높은 목표를 잡고 이 대회에 출전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졌을 때 많은 걸 깨달았다. 하지만 우리는 더 높은 곳을 보고 달려가는 팀이다. 달라질 게 없었다.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우는 이 경기에서 아시안게임 두 번째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김 감독은 황의조를 최전방에 세우고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 이승우로 후방 삼각편대를 구성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해외파 공격진을 선발로 투입해 기선제압을 노렸다. 이승우는 멀티골로 김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이승우는 “출전 여부는 감독이 결정한다. 선수 20명은 모두 준비만 한다. 감독의 주문에 맞춰 경기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우리 공격진에 대한 믿음이 있어 경기마다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결승전은 다음달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승우는 “모든 선수가 한 경기(결승전)만 보고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치비농=이경원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