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시간이 흐른다. 이 날만을 위해 준비한 4년이다. 예전 뼈아픈 그날의 기억(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곱씹으며 준비했다. 가장 힘들었던 체중 감량도 이뤄냈다. 이제 내가 할 건 저 바벨을 드는 일 뿐이다. 가자'
대한민국 역도의 자존심, 세계 랭킹 1위 원정식은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자신은 있었다. 훈련에서 늘 좋은 모습을 보여왔고 기록도 꾸준히 올라왔다. 하지만 불운은 늘 그렇게 불현듯 찾아왔다.
"으아아악"
역도장을 집어삼킬만한 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메달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의 팔이 힘없이 내려왔다. '텅, 텅, 텅' 바닥에 떨어진 바벨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여기저기서 응원하던 관중들의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원정식은 지난 22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69㎏ 급 결선에서 용상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며 실격 처리됐다. 인상 1차 시기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서둘러 치료를 하고 경기에 나섰지만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남으면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안간힘을 썼는지, 바벨을 놓친 그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그가 흘렸던 수많은 구슬땀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영수 감독은 “부상이 아닌 무리한 체중감량으로 인한 결과였다”며 “훈련 때 기록이 너무 좋았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역도 선수들에게 있어 근육 경련 증상은 흔히들 있는 일이다. 대회가 다가오며 시작되는 무리한 체중 감량이 그 원인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29일 귀국하는 전 날까지도 훈련장에서 연습을 했다는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제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실패도 경험입니다.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이 과정을 발판 삼아 나아가겠습니다. 다음 대회 땐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 났다.
실패를 넘어 다음을 준비하는 그를 보며, 가까운 미래에 내 카메라에 담을 원정식 선수 목에 걸린 금메달을 그려본다.
자카르타=사진·글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