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 속 하루]2등 이야기-원정식

입력 2018-08-29 16:16 수정 2018-08-29 16:57
남자 역도 국가대표 원정식이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서널 엑스포(지엑스포) 역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69kg 결승에서 준비하고 있다.

'긴장의 시간이 흐른다. 이 날만을 위해 준비한 4년이다. 예전 뼈아픈 그날의 기억(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곱씹으며 준비했다. 가장 힘들었던 체중 감량도 이뤄냈다. 이제 내가 할 건 저 바벨을 드는 일 뿐이다. 가자'
대한민국 역도의 자존심, 세계 랭킹 1위 원정식은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자신은 있었다. 훈련에서 늘 좋은 모습을 보여왔고 기록도 꾸준히 올라왔다. 하지만 불운은 늘 그렇게 불현듯 찾아왔다.

남자 역도 국가대표 원정식이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으아아악"
역도장을 집어삼킬만한 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메달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의 팔이 힘없이 내려왔다. '텅, 텅, 텅' 바닥에 떨어진 바벨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여기저기서 응원하던 관중들의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믿었던 원정식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그의 손이 힘없이 바벨을 놓고 있다.

원정식은 지난 22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69㎏ 급 결선에서 용상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며 실격 처리됐다. 인상 1차 시기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서둘러 치료를 하고 경기에 나섰지만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남으면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안간힘을 썼는지, 바벨을 놓친 그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그가 흘렸던 수많은 구슬땀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영수 감독은 “부상이 아닌 무리한 체중감량으로 인한 결과였다”며 “훈련 때 기록이 너무 좋았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벨을 들다 넘어진 원정식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실 역도 선수들에게 있어 근육 경련 증상은 흔히들 있는 일이다. 대회가 다가오며 시작되는 무리한 체중 감량이 그 원인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29일 귀국하는 전 날까지도 훈련장에서 연습을 했다는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제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실패도 경험입니다.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이 과정을 발판 삼아 나아가겠습니다. 다음 대회 땐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 났다.

용상 1차시기 180㎏실패 뒤 치뤄진 2차시기에서 원정식이 180㎏을 들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배심들이 완벽하게 들지 못했다고 판정하면서 성공판정이 실패판정으로 번복됐다.

실패를 넘어 다음을 준비하는 그를 보며, 가까운 미래에 내 카메라에 담을 원정식 선수 목에 걸린 금메달을 그려본다.
자카르타=사진·글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