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크게 감각 수용계와 운동 골격계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보고, 촉감을 느끼며 받아들인 이런저런 감각 정보를 이용해서 상황을 판단한다. 그러한 상황 판단에 따라 우리 몸은 근골격계에 명령을 내려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도록 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물론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자율신경계도 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손상으로 몸을 다쳐 제대로 못 움직이게 될 때도 있고, 반대로 많은 훈련을 통해 남들이 쉽게 하기 어려운 운동능력을 갖게 되기도 한다. 감각 면에서도 뛰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사고나 질병 등으로 시력이나 청력 등 감각수용능력을 잃는 사람도 있다.
과거 나도 골절 등을 겪어 보았지만 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시로 중학교 시절부터 안경을 써야 했는데 그 또한 꽤나 불편한 일이었다. 몇 년 전에는 고막이 천공되어 청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더 불편해지게 되었다. 그 외에도 사소한 기능부전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나이가 들수록 안 좋은 곳은 점점 많아지는 듯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청력이 조금 떨어진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있다. 이명이 들리는 것이다. 이명은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지만 내 귀에는 들리는 현상이다. 평소 안 들리는 경우가 많지만 주변이 조용해지거나 한번 들리기 시작하면 계속 들리는 고주파 음이 상당히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이명은 내 감각기관에서 어떠한 잘못된 신호를 생성하는 것이라 귀를 막아도 들린다.
신경에 거슬리는 비슷한 현상이 또 있는데 눈앞에 뭔가가 떠다니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비문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안구 속의 초자체의 투명도가 떨어지며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눈앞에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느낌이 있지만 옆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는다.
후각에서도 이런 식으로 실제로 나지 않는 냄새지만 자기는 냄새가 난다고 인지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 대인관계도 원활치 못하게 된다. 옆사람이 불편한 표정을 짓기라도 하면 자기 냄새때문이라고 확신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병원에 가도 의사들은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그런 병도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에서 냄새 맡는 로봇 강아지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그 기사를 보고 언뜻 자기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게 있으면 마음고생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