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7일 포커스타이완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행정원장은 “대만을 2개 언어(중국어·영어)를 쓰는 국가로 만드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지난해부터 영어 공용어화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집권 여당인 민진당 소속 의원들은 당시 “대만 영어 교육 수준이 국제화에 뒤처진다”며 “응시생 토익 성적을 보면 한국이 평균 679점, 중국이 586점인 데 비해 대만은 534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판원중 대만 교육부장은 올 초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영어 실력이 오르면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때에 수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무대에서 언어장벽 없이 표현할 수 있어 (대만인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교육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영어 공용어 추진 위원회를 신설해 ‘영어 공용어화’ 정책의 목표와 방법, 기간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반대 여론도 있다. 리자퉁 대만 칭화대 명예교수는 “영어 공용어 국가는 대부분 영국 식민지”라며 “대만은 영국 식민지도 아닌데 왜 영어를 공용어로 하나”라고 주장했다. 야당 측에서도 “전세계가 중국어를 배우려 혈안인데 대만은 영어를 공용어화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측 반박도 거세다. 현 대만 정부는 신남향·국제화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추진하는 ‘하나의 중국’과 부딪혀왔다. 중국 정부는 이번 영어 공용어화 역시 대만 내 중국어의 위상을 약화하는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영어 공용어화가 탈중국화·문화적 독립 등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에서 사용하는 언어·문자는 중국과는 차이가 있다. 대만 언어는 남방계 민난어와 커자어가 주로 쓰여 중국 보통화와 발음·억양 등에서 차이가 난다. 문자 측면에서도 대만은 우리나라에서 쓰는 한자 표기와 같은 번자체를 이용하지만, 중국은 이를 간소화한 간체자를 사용한다.
라이칭더 행정원장은 “영어 공용어화는 해외 유학을 꿈꾸는 이들이나 외국 기업과의 사업에서 언어 장벽을 겪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것”이라며 “민간 합의와 교육 관련 법안 등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은 내년까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영어 공용어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