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기자의 캡션] 서울 영락보린원과 제사용 가축 이야기

입력 2018-08-29 09:37

서울 남산 자락 후암동 후암초등학교 아래 주택가에 영락지역아동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 영락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영락보린원이다.

이 시설은 우리가 주변서 흔히 흔히 볼 수 있는 사회복지기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한국 근대사에 기록될 시설이다. 일제강점기 ‘한국고아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다 가이치(1867~1962)가 세운 근대 고아원의 출발 지점이기 때문이다.

해방 후 가이치 목사 부부는 한국인의 존경을 받으며 고아원을 계속 운영했다. 그러다 한경직 목사가 공산당의 탄압에 못이겨 월남하고 서울 영락교회를 세운 후 이 고아원을 인수했다. 한 목사는 신의주제2장로교회 부설 신의주보린원을 운영했었다. 따라서 그 후신인 셈이다.

지금의 영락보린원 정문에 표지석 하나가 눈길을 끈다. 전생서(典牲署)터라는 푯말이다. 조선시대 도성 궁중 제사에 쓸 가축을 기르는 관청이 있던 자리라는 얘기다. 후암동 일대는 당시 말을 기르는 초지이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7월 22일 찍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