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탁구 단체전 금메달이 결정된 28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홀. ‘짜요’ 함성으로 가득한 경기장 한편에 패장인 김택수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피곤해 보였다. 한국 선수가 한점 한점 힘겹게 포인트를 딸 때마다 한 차례도 빼먹지 않고 감독석에서 일어서 박수를 쳤던 그였다.
값진 은메달을 선사한 그는 “게임스코어야 그렇지만, 우리 애들이 잘했다”고 먼저 말했다.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을 내세운 한국은 중국에 게임스코어 0대 3으로 패했다. 김 감독은 “영식이와 우진이는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졌지만, 괜찮았다”고 말했다. 정영식과 장우진은 최강 중국을 상대로 1세트씩을 빼앗았다. 맞드라이브를 걸며 상대를 코너에 몰기도 했다.
김 감독은 “체력적인 부분에서 우리 애들이 힘들었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 27일 북한을 준결승전에서 만나 접전을 펼쳤고, 3대 2로 승리해 결승에 올랐다. 앞서 26일에는 홍콩과도 5경기까지 가는 승부 끝에 3대 2로 승리했었다. 중국보다 더욱 많은 게임을 치른 셈이었다. 김 감독은 게다가 중국이 한국을 이기려고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중국이 준비를 많이 했다. 워낙 완벽하게 잘 치는 모습이었다. 우릴 만나 독을 품은 듯했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한국과 중국 선수들의 탁구실력 차이를 물었다. 김 감독은 “중국은 파워와 세밀함이 다 좋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 많은 선수가 탁구선수로 육성되는 중국은 말 그대로 만리장성이다.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부터 계속해서 남자탁구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그때마다 은메달은 한국이었다. 김 감독은 “해볼 만하다고 말을 많이 했지만, 사실 중국을 넘어서기라는 게 쉽지는 않잖나. 나는 알지 않나”라고 했다.
실제 그만큼 중국 탁구와 맞서왔던 이도 없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1998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당시 세계최강으로 불리던 중국의 류구오량을 상대로 남자단식 금메달을 땄다. 32구 랠리 끝에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 득점하는 장면은 탁구팬들 틈에 아직도 회자된다.
김 감독은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던 이야기도 많이 해 주면서 선수들의 멘털을 훈련시켰다”고 했다. 그동안은 한국이 무기력하게 괜히 겁을 먹고 들어가는 경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선수들은 정신적으로는 대등했다고, 김 감독은 칭찬했다. 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잘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중국 선수들이 약간 더 세밀했다.
메달수여식을 위해 선수들이 도열하는 장면을 김 감독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선수들이 잠을 잘 못 이뤘다. 누가 뭐래도 감독으로서 나는 선수들이 고맙다”고 했다. 정영식은 의지를 다지며 삭발을 하고 대회에 임했다. 장우진은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대차게 먼저 공격하는 탁구를 선보였다.
김 감독은 “사실 걱정했던 건 연속 결승 진출이 깨지는 것이었다”며 “2020년까지 준비할 게 많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도쿄올림픽도 있다. 김 감독은 “오늘 패배했지만, 애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