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한국, 돌풍의 베트남… 금메달이든 노메달이든 2경기

입력 2018-08-28 14:50 수정 2018-08-29 14:29
김학범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뉴시스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두 개의 관문을 지나면 금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박항서 매직’의 베트남과 4강전, 일본·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 하나와 만날 결승전에서 모두 승리하면 정상을 밟는다. 이 경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사상 최초의 2연패를 달성한다.

한국의 토너먼트 라운드는 유독 험난했다. 모든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16강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2대 0으로 격파했고,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연장까지 이어진 난타전 끝에 4대 3으로 진땀 승을 거뒀다. 이란·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함께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팀들이다. 한국은 말레이시아(1대 2 패)에 일격을 맞고 전전긍긍했던 조별리그와 다르게 토너먼트부터 명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직후에 발표된 8월 기준 랭킹에서 32위에 올랐다. AFC 회원국 중 유일하게 30위대에 진입했다. 한국은 FIFA 랭킹 57위. 이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병역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한국과 이란의 16강전이 ‘면제 더비’로 불렸던 이유다. 한국은 먼저 두 골을 넣어 이란의 ‘늪 축구’에 휘말리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지난 1월 23일 중국 쿤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한국을 4대 1로 격파했던 전력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은 우승했다. 그렇게 쌓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조준했다. 16강까지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고 4전 전승 13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런 우즈베키스탄에 4골을 퍼붓고 승리했다.

메달은 이제 눈앞에 놓였다. 4강전 승자는 최소 은메달을 확보하고 결승으로 넘어간다. 패자도 3·4위전에서 승리하면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남은 2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면 노메달이다. 아시안게임 4강 진출국을 키워드로 요약하면 한국은 ‘관록’ 베트남은 ‘돌풍’ 일본은 ‘패기’ UAE는 ‘행운’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해트트릭만 두 차례 달성한 황의조(감바 오사카),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상대로 무실점 ‘선방쇼’를 펼친 조현우(대구)로 무장한 우승후보다. 이 종목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메달(금 4·은 3·동 3)을 보유하고 있다. 금메달 숫자에서 이란(금 4·은 2·동 1)과 공동 1위, 종합 성적에서 단독 1위다.

황의조(왼쪽)가 27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선제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마주 보며 기뻐하고 있다. 브카시=윤성호 기자

한국이 오는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만날 상대는 베트남이다. 박항서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팀이다.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전력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했다. 베트남의 선전은 더 이상 이변으로 보기 어렵다. 아시안게임 4강 진출국 중 유일하게 5전 전승을 기록했다. 한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박 감독의 맞춤형 전략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은 23세 이하로 연령을 제한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3명까지 허용된 24세 초과 선수, 이른바 와일드카드를 차출하지 않았다. 선수단은 21세 이하 전력으로 구성됐다. 경험보다 젊음과 패기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우승을 노리지도 않았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험 축적을 위해 4강까지만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젠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전날 8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대 1로 물리친 뒤 “선수들의 우승 의욕이 강하다”고 말했다.

UAE는 단 1승만으로 4강까지 올라온 행운의 팀이다. 동티모르를 4대 1로 제압한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만 유일하게 승리했다. 같은 조에서 시리아에 0대 1, 중국에 1대 2로 졌다. C조 3위에 머물렀지만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했다. 그나마 넘어온 토너먼트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개최국 인도네시아와 16강전을 2대 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 3으로, 북한과 8강전을 1대 1로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5대 3으로 앞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따르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승부차기 결과는 승패와 무관하게 무승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