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리바운드나 공수에서의 파급효과가 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가드 김선형은 라건아(라틀리프)에 대해 이렇게 칭찬했다. 지난 27일(한국시간) 한국은 미국프로농구(NBA) 조던 클락슨이 버틴 필리핀을 상대로 승리하고 4강에 진출했다. 라건아가 38분을 넘게 출장하며 30득점 14리바운드로 승리를 견인했다.
매 경기 골밑을 장악하는 라건아의 활약에 이번 아시안게임을 지켜보는 농구팬들은 “그가 귀화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 뻔 했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라건아는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상대 센터를 힘으로 압도하며 한두 번의 드리블로 골밑에 접근, 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다. 중거리슛 능력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수비가 집중되면 외곽으로 볼을 내줘 슈터들의 찬스를 만들었다.
대회 조직위가 집계한 지난 27일까지의 남자농구 참가 선수들의 개인별 성적을 보면 라건아의 가치가 새삼 뚜렷하게 느껴진다. 라건아는 현재까지 4경기에서 누적득점 100점을 기록, 이 대회 참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세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2위인 리우 쳉(대만)은 라건아에 한참 뒤진 76점이다. 경기당 25득점을 올린 라건아는 평균득점에서는 2위다. 유일하게 라건아를 평균득점에서 앞선 선수는 2경기 53점을 기록한 클락슨(26.5득점)이었다.
라건아는 리바운드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4경기에서 5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경기당 13.3개를 기록, 한국의 골밑을 지키고 있다. 공격리바운드가 24개, 수비리바운드가 29개로 거의 동일하다. NBA 출신인 이란의 센터 하메드 하다디가 경기당 12.5개로 라건아의 뒤를 이어 2위다. 하지만 하다디는 경기당 5개의 턴오버를 기록, 턴오버 부문 1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라건아는 상대 선수의 파울을 이끌어내는 지표에서도 전체 2위로 기록돼 있다. 골밑에서의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경기당 6.3개의 파울을 이끌어내고 있다. 4경기에서 24개의 자유투를 얻었는데, 이 역시 2위다. 2점슛을 성공시킨 숫자(4경기 38개)는 1위, 2점슛 성공률(61.3%)은 5위다.
특이한 것은 어시스트 능력이다. 라건아는 센터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이번 대회 어시스트 상위 7위에 랭크돼 있다. 4경기에서 17개의 어시스트를 성공, 경기당 4.3개다. 김선형 등 가드들과 원활하게 주고받는 플레이를 펼치고, 좋은 시야로 외곽슛 찬스를 제공하는 능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어시스트 1위에는 경기당 6.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온 김선형이 당당히 올라 있다.
라건아는 지난 1월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얻었고,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을 위해 뛸 기회가 생겨 영광”이라고 했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한다. 그는 30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작되는 이란과의 준결승전에서 하다디를 상대한다. 이 경기는 아시아 최고 센터를 가리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