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도 ‘오후 3시 하교’ 추진… “돌봄공백 최소” vs “근본적 대책 아냐”

입력 2018-08-28 10:18
뉴시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1~4학년생의 하교시간을 3시로 늦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맞벌이 부부 등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휴식·놀이시간을 늘려 현재 오후 1~2시인 하교시간을 3시로 늦추자는 취지다. 하지만 교사들이 업무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해 도입 과정에 마찰이 예상된다.

저출산위는 28일 국회에서 개최할 ‘초등교육 변화 필요성과 쟁점’ 포럼에 앞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더 놀이학교’ 구상을 밝혔다. 더 놀이학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학습 시간은 현재 대로 유지하되, 휴식과 놀이 시간을 늘려 고학년과 함께 하교하게 하는 학교를 뜻한다. 더 놀이학교가 실현되면 현재 오후 1~2시인 하교시간이 3시로 늦춰지게 되고 이 시간에는 학교 재량으로 놀이와 각종 활동, 상담과 보충지도 등이 이뤄진다.

저출산위가 더 놀이학교를 구상한 배경에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며 발생한 아이들의 ‘돌봄공백’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맞벌이 가정이 많지 않아 일찍 돌아온 아이들을 돌보는 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맞벌이가 늘어나며 어린 초등학생들이 홀로 방치되거나 사교육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미 지난 3월 ‘놀이밥 100분, 3시 하교’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1교시 전 30분의 놀이 시간을 주고 학습 뒤 각 휴식 시간 10분, 점심시간 30분을 연장해 휴식시간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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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놀이학교 도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 간의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번 포럼에 발표자로 나서는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이날 공개한 발표문에서 “초등학교가 교육과 돌봄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큰 흐름”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초등학교 모든 학년이 오후 3시 이후에 동시 하교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준 저출산위 기획조정관도 “빠른 속도의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하고 사교육 과잉, 아동의 낮은 행복도 등을 해결하는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또 다른 발표자인 홍소영 서울 고덕초 교사는 하교시간 연장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저학년생의 하교시간을 연장하려면 충분한 연구와 학생·학부모의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하고, 안전한 학교환경을 먼저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학년은 부모와의 애착이 중요한 시기로 부모가 일찍 퇴근해 정서적 교감을 늘릴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위는 29일 포럼을 시작으로 더 놀이학교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그 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4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