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저 선수의 피칭은 다른 투수들과 좀 다른 데가 있는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 대 대만의 경기가 열린 지난 26일(한국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 경기장. 2000여석으로 많지 않은 관중석 한 편에 미국인들인 중국 야구대표팀의 감독과 코치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그라운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하고, 수시로 귀엣말을 나눴다. 일본 야구계 관계자들이 관중석 좋은 자리를 여럿 선점했다는 불평도 있었지만, 대화의 대부분은 한국과 대만의 선수들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이들은 최충연이 7회초 양현종을 구원 등판해 던지기 시작하자 경기에 깊이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최충연이 연속해서 대만 타자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존 맥라렌 중국 감독은 ‘음’ 하고 조용히 탄성을 뱉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저 오른손 구원투수의 피칭이 돋보인다. 다른 선수들과 다른 피칭이다”고 말했다.
맥라렌의 옆에 있던 제임스 존슨 중국 코치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저 선수의 슬라이더가 정말 맘에 든다”고 말했다. 존슨 코치는 “소속팀에서는 선발로 던지냐, 아니면 구원 투수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맥라렌 감독과 존슨 코치는 “이곳 경기장 어딘가에도 아시아 선수들을 살피는 스카우트들이 있을 텐데”하며 웃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실제 SNS를 살피며 누군가가 와 있다는 귀엣말도 나눴다.
존슨 코치는 “경기 중에 입장했다”며 “한국의 왼손잡이 선발 투수가 1회에 어떻게 실점했느냐”고 물었다. 투런 홈런을 맞았다고 하자 홈런을 친 선수가 오른손잡이였냐고 물었다. 박찬호가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에서 뛸 때에도 알고 지냈다는 존슨 코치는 “한국은 릴리버(구원 투수)들이 좋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렇다”며 최충연을 바라봤다.
한국이 한동안 1-2로 끌려가며 9회로 접어드는 시점, “한국이 대만에 패할 것 같으냐”고 물어 봤다. 맥라렌 감독은 별다른 대답이 없었고, 존슨 코치는 “강한 릴리버들이 있고, 또 힘 좋은 타자가 타순을 맞는 만큼 아직은 모른다”고 했다. 9회말 공격의 선두타자는 김재환이었다. 김재환이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존슨 코치는 “저 선수는 유독 힘이 좋아 보인다. 한국에서의 소속팀 수비는 어떤 포지션이냐”며 관심을 드러냈다.
경기 내내 별 말이 없던 맥라렌 감독은 대만의 마무리 왕정하오가 올라오자 실소를 터뜨렸다. 몸을 푸는 연습투구 때는 아주 느린 볼만 던지다가, 실전에서 갑자기 빠른 직구를 꽂자 웃은 것이다. 맥라렌 감독은 “연습 투구 땐 하나도 제대로 던지지 않다가, 지금 던지는 건 93~94마일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맥라렌 감독이 왕정하오에 시선을 집중할 때 존슨 코치는 스마트폰의 스톱워치 기능을 활용해 퀵모션을 재는 모습이었다. 1.20~1.22초가 나왔다.
둘은 대만의 덕아웃을 보며 사람 숫자를 셌고, 코치가 6~7명에 달한다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존슨 코치는 맥라렌 감독을 향해 “우리 중국 팀은 감독을 빼고 코치가 3명 뿐인데, 어떻게 된 일이냐”며 안타까워 했다. 맥라렌 감독은 “돈 문제가 있겠지…”라고 답했다.
경기에 대한 총평을 묻자 맥라렌 감독은 “굉장히 빨리 진행된 경기였다”는 말로 소감을 압축했다. 존슨 코치는 “훌륭한 투수전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왼손 선발투수와 다른 구원들도 좋았지만, 빠른 볼과 슬라이더가 좋았던 그 오른손 투수가 인상적이었다”고 다시 한번 최충연을 언급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