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NBA 선수라고 해도, 2~3명이 붙으면 안 되더라고요.”
2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 수건을 목에 걸고 아직도 땀을 흘리는 김선형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까지 NBA 리거인 조던 클락슨을 상대로 드리블을 했던 그였다. 김선형은 4쿼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조율, 한국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행에 기여했다.
김선형은 경기 승리 소감을 묻자 “한명 때문에 나머지가 다 살아서 상당히 힘들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클락슨의 화려한 공격력이 필리핀의 다른 선수들까지 파급 효과를 줬다는 진단이었다. 김선형은 “(클락슨이)정말 잘 하더라. 하지만 2~3명이 수비를 가니까, NBA 선수라도 2~3명 붙을 때는 어떻게 할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국은 클락슨이 공격을 시도하면 어느 지역에서든 더블팀 수비를 시도했다. 클락슨이 골밑으로 드리블을 해 들어오면 한국 선수 4명이 동시에 공중으로 솟구치기도 했다. 그만큼 클락슨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했고,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달랐다. 공격제한시간 24초 대부분을 잘 막고도 막판에 클락슨에게 야투를 허용하면 선수들은 분통해 했다. 이승현과 전준범은 클락슨이 슛을 성공시킨 농구공을 강하게 바닥에 내려찍기도 했다.
클락슨은 이날 25득점을 기록했지만 초반에는 부진했다. 첫 4개의 슛을 모두 놓쳤는데 그 중 3개는 3점슛이었다. 김선형은 “클락슨이 우리의 지역방어에 대해 3점슛으로 해법을 들고 나왔는데 초반에 안 들어가면서 리듬이 깨지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승현은 “클락슨은 정말 빠르고 잘 하더라”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래도 농구는 5명이 하는 팀플레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클락슨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4쿼터의 주인공은 김선형이었다. 김선형은 라건아와 잇따라 2대2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기가 막힌 노룩 패스로 라건아의 덩크슛을 돕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골밑으로 쇄도하며 라건아로부터 패스를 받아 레이업을 넣기도 했다. 3점슛도 림을 갈랐다. 김선형이 득점 인정 반칙을 얻어내고 자유투까지 성공시키자 클락슨은 허리춤에 손을 얹고 바스켓홀 천정을 바라봤다.
김선형은 “3쿼터가 끝난 뒤 정현이 형(이정현)과 찬희 형(박찬희)이 ‘네가 2대2를 해서 활로를 뚫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적극적으로 했는데 잘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강호 이란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방금 클락슨을 집에 보낸 김선형은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