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알츠하이머, 꾸준히 감지됐다지만… “불출석 사유 안돼” 단호한 법정

입력 2018-08-27 12:33
뉴시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27일 열린 예정이었던 형사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 전 대통령이 재판 불출석 이유로 든 알츠하이머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라며 조 신부를 “성직자가 아니다. 사탄이다”라고 비난했다가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27일 열리는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전날 민정기 전 비서관 명의로 입장을 내고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하며 법정 ‘출석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이 옥중 단식으로 인한 후유증, 검찰의 압수수색과 재산 압류 등으로 충격을 받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고, 진료기록을 법원에 제출해 출석이 어렸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 건강 문제는 법률상 불출석 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형사 소송법 제227조 피고인의 불출석 사유로는 4가지를 들고 있다. ▲ 5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에 해당하는 사건 ▲ 공소기각 또는 면소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 ▲ 장기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신청이 있고 법원이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해 이를 허가한 사건 ▲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 등이다.

다만 법원이 불출석을 허가한 경우에도 피고인은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 직업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는 출석해야 한다.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면 재판을 열 수 없고 구인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진단서를 비롯해 피고인이 제출한 서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언론을 통해 불출석 사유로 주장하는 알츠하이머는 불출석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이번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밝히기 전부터 건강 이상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0월 전 전 대통령이 치매에 걸렸다는 복수의 제5공화국 신군부 인사 증언이 나왔고, 민정기 전 비서관이 인터뷰에서 정신건강 이상을 일부 인정했다고 일요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한 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며 “건망증으로 넘길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또 다른 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대화를 나누는 짧은 시간 동안 4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다”며 “단순한 기억력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따금 뵈러 갔지만 이렇게 심각한 적은 처음”이라며 “이런 내용을 말하기 껄끄럽지만 전 전 대통령을 본 신군부 사람들끼리 ‘치매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고 덧붙였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