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빈번하게 냈다는 이유만으로 관광버스회사가 운전기사를 해고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나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고 빈도뿐만 아니라 피해 규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우진)는 버스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 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중노위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5년 5월부터 관광버스 회사에 입사해 약 1년간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버스 운전 업무를 맡았다. A씨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5개월 동안 다섯 차례 사고를 냈다. 전체 근무 기간의 사고 횟수는 여섯 차례다. 회사 측은 A씨의 사고로 수백만원의 손해를 봤고 입사 당시 운전 경력을 허위 제출했다며 징계 절차를 걸쳐 해고했다.
A씨는 지방노동위윈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연달아 구제와 재심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정식 재판을 시작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A씨를 해고하는데 적용한 취업규칙이 징계 사유 발생 전에 만들어졌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항소심에서 중노위와 회사 측은 “취업규칙이 없었다고 해도 근로기준법상의 일반 원리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낸 교통사고는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다수의 인명 피해 발생 또는 피해 금액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용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광 스케줄을 고려할 때 접촉사고가 빈번할 가능성이 있고 다른 운전기사도 접촉사고를 일으킨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경력 허위 기재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허위 이력을 알았다고 해서 고용계약을 맺지 않거나 계약 조건을 바꿀 정도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