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참사'였다.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대만 마운드에 오른 3명의 투수 모두 실업 야구 소속 선수였기에 우리 대표팀의 물방망이 타선은 변명의 여지도 없다. 남은 예선전인 인도네시아전과 홍콩전에 모두 승리하더라도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해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냉정히 짚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출발부터 어그러졌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난 4월 9일 108명의 예비 명단을 발표했다.아마추어 4명과 함께 지난해 상무와 경찰 야구단 지원을 스스로 포기한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도 포함돼 있었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6월 11일 대표팀 24명의 엔트리를 발표할 때 아마추어 선수들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오지환과 박해민은 생존했다. 이후 4명의 엔트리를 교체할 때도 이들은 살아남았다.
이때부터 병역 회피 논란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기록이나 능력에서 객관적인 선발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아시안게임을 병역 기피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코칭 스태프는 금메달을 따면 문제없다는 금메달 지상주의 발언으로 논란을 더 키웠다. 선수단 모두가 침묵했다. 흔들리는 분위기를 다 잡지 못한 채 자카르타로 향해야만 했다. 엄청난 부담감 속에 치러야만 했던 선수들의 심리적 요인을 제대로 점검했는지 궁금하다.
다음은 준비 과정이다. 정규시즌을 중단하고 대표팀이 소집된 것은 지난 18일이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23일 오후 늦게 출국할 때까지 연습 경기는 없었다. 물론 자카르타 현지에서도 연습 경기는 진행되지 않았다. 조명탑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야간 훈련은 진행하지 않았다. 대만과의 경기 1회 초 좌익수 김현수가 타구의 낙하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공을 뒤로 흘린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야간 훈련을 진행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또 대표팀 타자들은 16일 경기를 끝으로 실전에서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26일 대만전까지 10일간의 공백이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프로야구 선수들이지만 실전 감각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간과하지 않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전력 분석이다. 코칭스태프 구성 이후 많은 시간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준비했을 것으로 믿어왔다. 선동열 감독은 대만과의 경기 패배 이후 “오늘 대만 선발은 예측하지 못한 투수였다”고 했다. 대만 프로리그에서 뛰는 4명의 투수 중 한 명이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고, 그 중에서도 오른손 투수 린화칭이 자주 거론됐다. 대표팀은 물론 언론 또한 그렇게 예측했다. 결과는 달랐다. 물론 예측하지 못한 투수가 나올 수 있다. 여러 가능을 열어두고 대비했어야 했다. 바깥쪽 코스에 후한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는 주심에게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출발부터 결과까지 모든 게 어그러진 스토리다. 그러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것을 제대로 점검해 대처한다면 금메달은 따낼 수도 있다. 차분함을 가지고 냉정하게 대처하길 기대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