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온 검사의 실제 모델이자 국회의원 출신인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이 재직 중 보수 성향의 싱크 탱크 ‘포럼 오래’ 사무 국장과 법인 카드로 데이트를 즐기고 해외 출장까지 동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강원랜드에 정보공개를 신청해 받은 3년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함 전 사장의 자택과 손씨의 빌라가 있는 서울 반포동과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에서 총 314회의 법인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는 강원랜드 서울지사가 있는 역삼동에서 사용한 횟수 146회의 2배가 넘는 횟수라고 매체는 부연했다.
보도에 따르면 함 전 사장은 2014년 12월 취임 이후 3년 간 서울에서 총 636회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이 중 포럼 오래 사무 국장인 손씨가 살고 있는 방배동 서래마을에서만 절반에 가까운 314회를 사용했다. 사용처는 레스토랑, 카페, 빵집, 슈퍼마켓 등이다.
27차례 법인카드가 사용된 ‘메종엠모’는 손씨 집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는 빵집이다. 공식서류에는 사용 목적이 회의비나 접대비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 손씨와 사적인 만남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함 전 사장은 “포럼 오래 사람들과 만나 식사를 할 때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함 전 사장의 옛 비서진은 “사장님이 거의 매주 운전기사와 비서를 데리고 관용차량으로 손씨 집을 방문, 손씨와 함께 장을 보거나 식사를 하면 수행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함 전 사장은 또 2014년 11월 취임 후 3년 간 모두 17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그때마다 손씨가 동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원랜드 직원 A씨는 “1번 정도만 빼고 해외출장 때마다 손 국장이 동행했다”며 “출장 갈 때 비서들이 항상 사장님 집에서 출발해 중간에 손씨를 픽업 한 뒤 공항까지 두 사람을 데려다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 공항에 마중 나가 직원들이 각자 출장비나 면세한도에 맞춰 구입한 고급양주, 명품을 수거해 사장님 차에 옮겨 싣는 것이 비서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2016년 1월 일본 출장을 앞두고 뉴오타니 호텔로부터 받은 견적서에도 5명의 숙박 예정 명단에 손씨의 영문명이 적혀 있었다. 성별은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남성으로 표시돼 있다.
이에 대해 함 전 사장은 “포럼 오래가 내 출장 일정에 맞춰 3차례 해외포럼을 준비하면서 손씨와 몇 차례 동행한 적은 있지만 해외 출장 시 매번 함께 다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편 강원 양양 출신의 함 전 사장은 ‘모래시계’와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직폭력배를 소탕한 검사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 서울지검 특수부 근무시절 1년 동안 280여 명을 구속해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1990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등을 맡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16대 국회의원이 됐다. 2007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 실장의 설득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2008년 박근혜 싱크탱크로 불린 ‘포럼 오래(오늘과 내일)’를 만들어 활동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포럼 오래’ 정책연구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후보시절 클린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친박연대 최고위원 등을 지냈으며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도 김 위원장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자 ‘함승의 천거설’이 나돌기도 했다. 2014년 11월 강원랜드 사장에 취임한 뒤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임기 말 법인카드 과다 사용 의혹에 휘말리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